전 시집을 와서 농사에 대해 하나 둘씩 알게 되었답니다.
집 안에 밭이 꽤 넓게 자리를 잡고 있더라구요.
그 밭에는 사시사철 먹을 게 많았답니다. 모두 야채로...
제가 시집 올 당시 아버님연세는 70 이셨고, 어머님은 68 이셨거든요.
그 입맛에 맞추어 제가 사느라고 힘들었답니다. 거의 매일 된장에 시금치, 상추, 부추...
피자 한판 맘 놓고 먹어 보질 못했답니다.아~~시집살이를 했엇거든요.
그 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그 농사를 어머님 혼자 하기가 힘들어 지셨어요.
저희도 분가를 했구요.어머님 혼자 사시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큰 아들 ,작은 아들 시키고, 남 불러서 시키고 하셨죠.
어머님은 " 너 아버지 있을 땐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하려고 하니 엄두가 안 난다" 고 하시며 2년을 그렇게 그 밭 농사를 하셨어요. 저는 애 가 어려서 도와 줄 엄두도 못냈구요.
다행히 시누이들이 다섯이나 있는 관계로 마늘을 심을 때는 두 세 분 오셔서 아들 둘과 함게 했고,메주 만들때도 와서 도와 주곤 했어요. 나중에 다 시누들도 갖고 가서 먹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 딸이 7살 되던 해 부터는 어머님께서 저희 막내만 불러서 일을 시키시는거예요.
봄이 되면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가야 했어요. 저희 올 때 까지 힘든 것은 기다리시는 거예요. 평소에 저희는 이주일에 한 번 씩 시댁에 가거든요.
분가했을 때는 매주 갔답니다.저희 가족시간이 없었죠!
애들이 커고 하니 놀러 갈 일도 있고, 볼 일도 생기고 해서 이주에 한 번 갑니다.
그 때 제 딸이 그러더라구요.
" 엄마, 우리는 왜 노는 날이면 할머니집에만 가, 우리도 다른 데 가자" 그러더라구요.
또 할머니께는
" 할머니, 왜 우리 아빠만 일을 시켜요, 아빠, 힘들게요."
한 거 예요. 저도 물어 보고 싶었거든요.
어머님 말씀하시길
" 너희가 만만해서 그렇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아주버님께서 일은 더 잘하시는데, 제 남편은 게으름도 피우고 엄살도 떨고 그러거든요.
일 하는 것도 느리고 한데..그리고 제가 혼자 하는 게 안 되 보여서 옆에서 서서 보고만 있었는데..그것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새 제 손에 호미가 있고, 일 있다 하고 밭으로 가면 제 옷이 몸뻬이에 농협 모자쓰고, 장갑끼고 그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렇게 또 2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이젠 제가
" 어머님, 마늘 심을 때 안 됐어요, 고추는 언제....' 여쭈어 본답니다. 요즘도 바빴어요.
와서 밭고랑 만들어 달라해서 3주전 주터 일주일에 한 번 씩 가서 일만 하다 왔답니다.
2학년 애가 시험기간 이었는데도 갔답니다. 시험을 다행히 잘 쳤더라구요.
작년부터는 어머님기력이 더 약해지셔서 저희가 많이 도와 드린답니다.
오늘도 어린이 날인데, 고추 모종이 와서 가서 심어 드리고 묶고 일하다 왔습니다. 남편은 요즘 야근이 잦아서 오늘도 새볔5시에 왔는데....그래도 어머님부름에 가더라구요.
착한 아들이예요, 아주버님도 형님도 다 착하시구요. 물론 저두 착하죠.<^-*>
동네 아줌마들사이에서도 인정해요.<쑥스럽지만>
이렇게 시댁에 잘하는 며느리 잘 없죠?
제 남편도 알아 주고 미안해해요.제 손에 굳은 살이 베이고, 호미질도 서툴지 않고.. 그런데 할 수록 너무 힘든 거 있죠?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일이 많이 반복 되거든요.
어머님께서는
" 아니고, 잘했다, 나 혼자 하면 몇 일 걸리는데..이젠 다리가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셔요.
하지 말라고 해도 안 하시면 병 난다고 , 계속 하시는 거예요. 평생을 하셨는데 어떻게 그만 두시겠어요?
지금 그 밭에는 연하고 고소한 맛의 상추가 있구요. 부침개로 최고인 정구지<부추>가 잘 자라 있구요. 애들 감기할 때면 캐어서 먹는 도라지, 보리차의 주재료 보리, 옥수수, 파,감자, 깨,땅콩,올 해엔 어머님이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실패인 마늘이 있구요. 오늘 심은 고추에, 밤나무, 복숭아나무, 감나무가 있습니다.
오늘도 일했다고 상추, 파, 정구지 많이 갖고 왔습니다. 참기름 한 병, 고춧 가루, 둘깨 가루도요. "어머님, 잘 먹을게요" 하구요.
그리고 어린이 날인데 오라 해서 미안 하다구, 작은 애가 아들인데 생일이 오늘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머님이 금일봉도 주셨어요. 사양했지만 굳이 주시길래 받았습니다.
지금 남편과 애들은 피곤해서 자구요.
전 어깨에 파스 두장 바르고, 다리와 팔에 물파스도배를 하고..
너무 피곤하니 잠도 안 오는 거 있죠!
이제 자야 했어요.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