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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BY 시냇물 2021-06-21

꿈은 이루어진다(3년 전 조카 순례길에 먼저 보낸 나의 소원주머니를  매다는 모습)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다시한번 가슴에 뜨거움이 올라오는 구절이다

지난 금요일에 원주 친정엄마를 돌봐 드리러 다녀왔다
바로 밑에 동생이 요양보호사를 따서 전담하다시피
엄마를 케어하고 있는데 서울집에 있는 딸램과 제부 때문에 한 달에 두 번은 다녀와야 할 거 같다며 내게 엄마 돌봄을 부탁한 것이다
우리 모두의 엄마인데 혼자서만 케어하는 게 때론 힘에
부치기도 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나 역시 기꺼이 그 말에 따라 주기로 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거실 소파에 앉아 계시다 깜짝 놀라시면서도 반겨 주신다
요즘은 사람을 봐도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이름을 부르시지는 않을 정도로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지신 상태로 보이니 자꾸 물어보지도 못한다
그래도 웃으며 반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4월에 왔을 때만 해도 낮에는 거의 침대에 누워 잠만 주무시더니 이번엔 낮에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시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저녁시간엔 동생이 준비해 놓은 메뉴대로 식탁에 차려서 엄마랑 먹었는데 국그릇,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시는 걸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어르신들은 식사를 잘 하시는 것만 해도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되니까!
식사 후 주무시기 전에 욕실로 모시고 가 욕조 안 의자에 앉으시게 한 후 샤워기로 머리도 감겨 드리고 온몸 구석구석 골고루 씻겨 드리니  내 속이 다 후련해졌다
엄마는 옷에다 실수를  하실까 불안해서인지 낮에 깨어 계실 때는 5분이 멀다 하고 ㄷ자 보행도구에 의지한 채
화장실을 들락거리시니 옆에서 보는 사람까지 불안함에 물이 들 정도였다
밤에는 혹시라도 넘어지실까 봐 간이변기를 침대 옆에
놓아 드렸는데 잊어 버리신건지 굳이 화장실을 가시니
순간 나도 모르게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아기한테 하듯
설명을 해드리며 엄마 힘드니까 꼭 간이변기에 소변을
보시라고 얘기해 드렸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엄마 방 변기를 열어보니  밤새 소변을 꽤 많이 보시긴 했다 이렇게 엄마 옆에서 24시간 케어를 하는 동생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서울집에 갔던 동생이 저녁 때 도착하여 엄마와 셋이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동생과 와인을 마시며 그동안 밀린 얘기를 니누었다 
동생이 요즘 받고 있는
호스피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니 그날 강의해 주신 신부님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셨다는 얘기를 하셨다며 자기도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나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몇년 전부터 마음에 품고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생각에
친구와 조금씩 자금을 모으다 그 친구의 사정으로 아쉽게 깨버린 게 떠올랐다  그리고 다른 후배와 셋이서 가기로 하고 또 시작을 했다가 그 역시 내뜻과는 무관하게 깨져버린 일도 있었기에  잊고 지냈는데
동생의 그 말에 다시 그때의 설렘이 가슴을 휘젓는다
더 나이 들어 뒤늦은 후회를 하기 전에 이번에야말로
꿈으로만 끝내지 말고 실천까지 하려고 동생과 둘이서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자고 약속을 하였다
3년 전 조카편에 먼저 보내 잘 매달아 놓았다는 내
소원주머니도 꼭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희망을 가슴에 
꼭꼭 새겨 본다

이번에야말로
"꿈은 이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