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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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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생각과 다르네


BY 김효숙 2021-06-21

여고 동창인 친한 내 친구는 시골로 시집을 갔다
과수원을  하기 때문에 봄이면 복숭아 꽃을 따고
6월이면 어린 복숭아를 솎아 내는 작업을 한다
시골을 좋아하는 날 알기에 전화가 왔다
일꾼을 구하지 못해 한 사람이 귀하다고 한다는 말을 들으니
바쁠 때 가서 밥이라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말하고 원주를 갔다
동탄에서 수원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리고
수원 터미널에서 원주까지 한시간 반...
거기서 시골까지 또 버스를 타고 내려 30분은 걸어야 한다.
친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버스에서 낸려 무작정 말도 안하고 걸었다
걸어가는 길  옆  밭에서 할머니가  밭을 매고 계셨다
빵을 사가지고 기디기 힌게 드리고 또 걸었다

친구는 올 때가 되었는데 안온다고  전화가 왔다
시골길을 좋아하니 걷노라고 걱정하지 말라하고 걸었다
옛모습이   변하고 도로가 포장되어가고 있어  정겨움은 멀어져 갔지만
풀 한포기 산과 들은 그대로여서 더위도 잊은 듯 걷고 있는데
경운기가  내려오는걸 봐도  누군지 몰라 그대로 걸었는데
조금 걷노라니 가던 경운기가 돌아서 빵빵 거렸다
왠 할아버지가  딱해서 태워주려나 생각하고 바라보니 친구 남편이었다
경운기를 타고 친구네로 갔다
복숭아 과수원  창고도 번듯하게 지어져 있었고 몇년전과는 다른 동네로 변해 있었다
창고에는 싱크대며 원룸 같이  있을것은 다갖추어져 있었다
옷을 벗고 저녁 새참이 시작되었다.

출장 주방장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첫날은 나까지 6명     아침 6시 일어나 아침 먹고  새참 점심  점심 새참 저녁
먹고 돌아서면 곧 바로 또 준비해야하고  시간 남으면 근처 산기슭에 가서 머위도 뜯고
삶아서 껍질 벗겨 나물도 하고 4개의 냉장고에 들어있는 반찬거리들로  준비하고
일꾼들은 좋아했다   카레며 볶음밥이며 여려가지  메뉴로 즐겁게 해주었다
오디도 따다가 벌러덩 넘어졌는데 다행히 다치지 않아 웃으며
어름 넣고 오디 쥬스도 해다 주고 아줌마들은 다 다녀봐도 여기처럼
메뉴를 맛나게  여러가지 해주는 곳이 없다고 좋아했다

춤도 춰주고 장미 꽃 꺾어다 식사 후 마시는 테이블 위에 얹어주고  분위기 있게 마시라고
서비스도 해주고.  아줌마들은 기분이 좋아 다음날은 비름나물 양파 감자를 잔뜩 가져다 주곤 했었다....즐겁고 신나는 식사 준비 집에 혼자 두고 온 남편도 잊고 시골 생활에 흠뻑 빠져 버렸다  밥하는거 외에는 밭에가서 풀 뽑아주고 머위 나물 하고......혼자 무료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곳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정겨움의 풍경만은 아니었다
한가로운  사람이 있어 넉넉한 시간 커피도 마시는 여유도 없고 아침 부터 저녁까지
열시간은  서서 일하다보니 저녁이면 씻고 곯아 떨어져 버리고
아침에 5시반에 일어나면 집에 아무도 없다 일꾼 데리러 다 나가고
멍멍이 개만 짖어대고 텅빈 집을 뒤로하고 창고에 나와 밥 시작....

내가 꿈꾸던 시골은 아니었다.
먹고 살만한 여유가 있어야 여유로운 커피도 마시고
맨날 돈을 벌수 있다면 과수원  봄철에나 꽃따고 과일 솎아내고
일을해야 살아가는 시골....

친구는 사는것은 괜찮으나 일은 해야하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과수원이니
안할수도 없고 한철 농사를 지어야 현금이 돌아가니.....
고된 하루하루 삶은 몸을 다 망가뜨리고 삶에 질은  피곤에 지치니
꿈에 그리던 시골에 대한 갈망은 조금씩 접어야겠다
과일을 사먹을 때는 감사감사를 잊지 말아야 하고....
하여간 꿈은 꿈으로  지나쳐 버려야 하나보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시골을 말이다.
고생하며 살아가는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주어진 내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