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큰딸로 자라서 부모님께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책임감이 늘 한 몫해서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혼도 장남과 하게 되다보니
책임과 의무감에 좀 힘들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 소소하게 느끼는
것은 내가 이제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건강을 더욱 잘 돌봐야 된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함께 와서 더욱 그런가보다.
어제 친정엄마와 우리 세자매가 모처럼 만났다.
둘째와 나는 자주 엄마를 찾아뵙지만 세째는 거리가 있기에
자주 친정에 오기는 쉽지 않다.
엄마는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며 모처럼 엷은 화장에 립스틱까지
바르고 계셔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새악시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엄마는 연세에 비해 피부가 참좋아서 조금만 화장을 해도
다른사람처럼 보인다.
막내 여동생이 발이 아프다고 언제부터 병원에도 다니고 물리치료도 받는다는 말에 우린 걱정은 하면서도 엄마 앞에서 아픈소리를 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는 막내를 위해 혈압측정기와 몸에 좋은 견과류와 밑반찬까지
준비해서는 잘챙겨 먹으라고 엄마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난 막내를 위해 준비한게 초와 마스크팩이었다.
막내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쁜 동생인데 저번에 볼 때
얼굴이 그전만 못한거 같아서 큰마음으로 산 마스크팩을 건넸다.
그리고 초를 켜놓고 기도하라며 수녀님께 선물 받은 큰 초를
동생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둘째가 챙겨준 막내에 대한 마음을 약간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느끼며
내가 그렇게 못챙겨줘서 미안하다는 묘한 느낌도 받았지만
겉으론 드러내지 않고 둘째를 칭찬했다.
굳이 그런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리와 위치가 사람의 성격을 좌우하는지
동생들을 만나면 한번씩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이 부족해서 덜 챙기는 것도 있고
경제적으로 둘째가 풍족해서 더잘챙기는 것도 있긴하지만
괜히 소심해지는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전에서 오는 막내는 인정이 많다보니
우리중에서 제일 먼 곳에 사는데도 꼭 무언가를 챙겨 온다.
이번엔 집에서 시원하게 입으라며 홈쇼핑에서 샀다는
인견 칠부바지를 선물로 주었다.
난 평소에 칠부바지는 입지 않지만 동생이 챙켜주는거라
고맙다며 잘입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둘째가 내가 맘에드는 옷을
먼저 챙겼기에 웃으며 가위바위보로 결정 하자고 제안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양보할 둘째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둘째는 자기껀 확실하게 챙기는성격이라
엄마는둘째 모르게 나를 더 챙겨주셨다.
막내덕분에 시원한 실내복이 생겼으니 자주 입어야겠다.
세자매는 엄마가 말할 틈도 주지 않으며 왕수다를 떨다가
아차싶으면 엄마께 말씀하시라며 멍석을 깔아준다.
그러면 엄마는 곱게 웃으시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냐며
천천히 이야기하라 하신다.
막내는 모처럼 만나서 할 이야기도 많지만 아는 언니와 만나서
집에 가야 하기에 시간이 짧다며 한층 목소리에 힘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