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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 2 -- 쑥 --
BY 꿈꾸는 바다 2004-03-25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시간나는데로 집에 와서 "쑥"가져가라
웬 쑥이냐고 물으니
시골계신 이모님이 쑥을 캐서 택배로 보내셨단다
쑥은 향기가 진하면서 논둑과 밭둑,양지 바른 시골길가에서
하얀 솜털을 뒤집어 쓰고 나지막히 자라는 어린 나물이며.
또한 옛날 보릿고개를 넘을 때 쑥밥이나 죽을 쑤어 주린 배를 채우던
애환이 어려있는 나물이기도하다.
성질이 따뜻해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작용을 하며
몸이 차서 생기는 여성들의 월경불순이나 자궁출혈,수족냉증에도 좋다.
봄이 돌아오면
언제나 내집 식탁위로 첫번째로 맞아하는 봄 손님이 "쑥"이 아닌가싶다
쑥은 내집 식탁에 오를때까지
온 겨울내내 흙속에서 땅의 정기를 받으며
따스한 봄의 햇살이 비치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것이다
파릇파릇한 그 연한 잎들이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어 본 세상은
차갑지만 산뜻한 미풍과 맑은 하늘 아래 아롱대는 아지랭이
그리웠던 따스한 햇살의 세상
쑥 바구니에 쑥을 캐어담는 아낙들의 쏘근대는 소리에
쑥은 행복했을 것이다
바구니끼고 들판에서 동무들과 쑥을 캘때면
언니는 항상 내 바구니에 쑥을 한웅큼씩 넣어주곤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합쳐져 같은 솥안에 들어갈 쑥이였지만
어린동생의 흥을 돋우어 주느라고 늘 내 바구니부터 가득 채워주던 언니였다
봄햇살엔 며느리를 들어 보내고 가을햇살엔 딸을 들에 내어보낸다는 말
아무리 모자를 쓰고 수건을 둘렀어도
쑥을 캐는 이모의 얼굴은 봄햇살에 그을려 까무짭짭해졌을텐데
이제 이 나이에 그런것이 뭔 대수냐고
주름진 얼굴에 환히 웃는 모습이 넉넉한 마음이다
다시 손댈것없이 깨끗한 쑥을 가져와
쑥국을 끓인다
조개와 굴을 다져넣고 된장도 조금 풀어넣고 쌀가루도 조금 넎고
한쏘금 후훌 끓여 들깨가루도 조금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봄을 입으로 먹을 수 있는 쑥국 완성!!
아마 지금쯤 시골 계신 시어머니도 쑥을 캐고 있으리라
쑥을 살짝 데쳐 냉동실에 봉지 봉지 보관해 놓고는
집안에 사람이 모이는 날이면 쑥을 넣어 떡을 하시겠지
노란 콩고물 입힌 떡은 그날 모인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며
알콩달콩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테지
남은 쑥으로는
"쑥털털이"를 해 먹으면 어떨까
어렸을적 간식으로 해주던 어머니의 손맛을 흉내라도 낼려나
"쑥털털이"맛있게 하는 비법을 가르쳐 주시지 않을래요
님들의 맛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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