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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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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4(아기 뒤집은 날)


BY 시냇물 2021-06-16

새로운 아가와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신생아 티를 못 벗어 갓난쟁이 같았는데 고작 한 달 사이에
아가가 무럭무럭 자라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처음엔 서로 낯설어 아가는 적응하느라 계속 울고, 나는 나대로 아가를 익히느라
땀깨나 뺐다
그런데 요즘은 낯이 많이 익었는지 나를 보면 방실방실 웃고, 옹알이도 제법
많이 하는 걸 보면 아가가 나를 믿고 신뢰하는 게 보여 고마울 따름이다

어제부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눕혀만 놓으면 낑낑거리며 몸을 뒤집으려 무척이나
애를 쓴다 그러다가
몸은 거의 다 넘어갔는데 몸밑에 깔린 오른팔을 못 빼서 한참이나 또 씨름을 한다
그러다가는 힘이 드는지 짜증을 내며 울곤 해서 보다 못해 얼른 되집어 주었다
이렇게 어제 하루를 뒤집기와 씨름하더니 오늘도 분유를 먹이고 한참을 역류방지 쿠션에 눕혀
놓았다가 시험 삼아 거실에 아기이불 위에다 눕혀 놓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의 복습이라도 하듯  몸이 또 왼쪽으로 다 넘어가서는 어제처럼 낑낑거리며
뒤집기 시도를 한다
어제 열심히 연습을 한 탓인지 오늘은 훨씬 숙달된 자세로 뒤집는 게 보였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 난관이 몸밑에 깔린 오른팔을 빼내는 거였다
아가들은 머리도 많이 무거운지라 한 번에 안 되니 머리를 들었다 이불 위에 내렸다
짜증도 냈다 하면서도 연신 시도를 한다
그럴 때마다 입에선 침까지 주르륵 흐르는지라 가제 수건을 깔아 주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애타는 마음에 몸밑에 깔린 오른팔을 얼른 꺼내주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아가를 힘껏 응원해 주었다
"옳지 옳지 oo 잘한다, 이제 거의 다 됐다 자 힘내자!"하면
마치 내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듯 이불 위에 엎드렸던 고개를 쳐들고 오른팔을 빼내려
부단히도 애를 쓴다
이렇듯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아가를 보며 이런 말이 생각났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 위해 허물을 벗는 나비가 안타까워 그 허물을 사람이 벗겨주면
결국 제 힘으로 날지 못하고 그냥 죽어 버린다는 얘기가...

아가가 애쓰는 게 안타까워 내 맘으론 쉽게 팔을 빼주면 될 거 같았지만 나는 그 말을
떠올리며 아가가 혼자 힘으로 그걸 기어이 해내는 모습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는 걸
빼앗고 싶지 않아 계속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20여분 씩이나 애를  쓰던 아가는 몸밑에 깔려 있던 팔이 조금씩조금씩
빠져 나오더니 드디어 쑥하고 팔을 빼내며 고개를 번쩍 쳐드는 거였다
그 순간 얼마나 대견하고도 신기하던지...
아가를 다시 제 자리에 눕혀 놓고는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oo, 아주 잘했어,  oo, 최고최고, 굿이야 굿굿!!"
하니 아가도 내 말을 알아 듣는 듯이 온몸을 버둥거리며 자신이 한 일을 옹알이로 표현한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아가들의 모든 행동은 어른들이 하는 말에 다름 아님을 알기에
둘이서 그 기쁨을 나누는 게 아기엄마한테 미안할 지경이었다
낮에는 나와 단둘이 지내는 아가가 이렇게 자라나는 과정의 기쁨을 고스란히 내가 먼저
보게 되기에....

엄마가 퇴근해 오자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며 아기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하였다
엄마가 씻을 동안 칭얼대는 아가를 안고 토닥이며 얘기를
해주니 내 품에 포옥 기대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아가의 모습을 보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씻고 나온 엄마한테 안겨 폭풍 옹알이를 하는 아가를 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엄마 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다

아가야, 우리 함께 하는 동안에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