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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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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한가위..


BY 실타래 2003-09-12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그만큼 풍요롭고 넉넉하다는 의미인것 같다.

정확한 말의 어원을 들추어 보자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내 나름의

느낌을 말해 본 것이다.

 

내 나이 마흔에 지낸 한가위는 그야 말로 우울하고 즐겁지 못한

명절이었다.

 

며칠 전 부터 내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며 마음까지도 무거운

바위돌을 하나 달아 매고 어떤 정확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붙들어 매던 상심의 덩어리가 끝내는 나를 드러눕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시댁에 가기 싫어서 마음 속에서 서로 싸우다 그래도

나의 선한 양심이 승리의 승전가를 울려주는 덕분에 겨우겨우

시댁은 다녀갔다.

 

남편에게 내 편이 되어주길 간절히 원해서 미리 시어머니께

전화를 넣었는데도...

 

남편은 청주 큰댁에 차례를 지내러 갔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후에 시댁으로 갔다.

시어머니의 차가운 얼굴빛.

차라리 아이들 데리고 다시 돌아서서 나오고 싶은 심정이 정말 간절했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어떤 생각도 나질 않았다.

 

뒤이어 손아래 동서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동서는 위풍당당 개선 장군 처럼 기세가 등등 하였다.

동서는 자기네 필요에 의해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아! 13년 동안 쌓아 놓은 내자리는 눈에 보이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이 아파 잠시 한눈을 팔았더니 그새 나는 적군이

되고 만것이다.

 

나도 정말 처음으로 시어머니께 내 마음의 절반만을 드렸다.

정말 처음으로........

어머니께 준비한 용돈과 내 마음을 절반만을 드린 나는 웃을 수 없었고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도 없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렇게 풍요롭고 차고 넘치길 바랬던 한가위를 이렇게

우울하게 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