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석가탄신일에 벌어진 일에 대해 오늘에사
남편에게 사과를 받았다
그날 이후로 지금껏 마음에 응어리진 게 풀리지가
않고 괘씸한 행위는 내 이마에 선명히 남은 상처자국을
볼때마다 더욱이나 용서가 되지 않았다
집에 오니 TV 앞에서 무슨 드라마에 흠뻑 빠져 있다
일단 점심부터 먹은 후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채 차 한 잔을 놓고 식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아직도 내 이마에 어떻게 상처가 났는지를 알지
못하고 상처 난 사람을 나몰라라 옥상으로 올라가 버린
행위가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용서가 되지
않으니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내 이야기가 끝니지도 않았는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구구하고 장황하게 자기 변명이 앞선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이지 변명이 아니고
분명한 사과라고 다시한번 말을 했다
어떻게 사과를 하면 되냐고 오히려 내게 묻는다
내게 어떻게 그런 상황이 벌어졌고 무엇으로 상처가났는지를 나는 지금도 모르니 맞은편에 있던 사람은
봤을 거 아니냐구 그걸 얘기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라고 했다
자기가 그 날 화가 나 식탁을 주먹으로 쾅치는 바람에
쌈장 그릇이 깨지면서 그 파편이 튄 거 같다고 한다
그제서야 내 이마 상처가 왜, 어떻게 나게 되었는지가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그동안 혼자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백번 생각해도 자기 인내심 부족이고 자기가 못난 탓이라는 걸 곱씹고 곱씹었단다
그러면서 자기도 어렸을 때부터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분노가 많고 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때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기 때문이란다
그럼 혼자 해결하면 되지 그 화가 상대에게 쏟아지는 게
갈등의 근본 원인 아닌가?
내가 자기 화풀이 대상도 아닐진데...
그 말을 듣고 나는
"나는 그 날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 두 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내 이마에 상처가 난 일, 두 번째는 상처 난 사람을 그냥 둔 채 옥상으로 피해버린 그 사실"이라고
그게 엄연한 fact이니까!
자기는 그게 쌈장인 줄 알았고 겁이 나서 피한 거라고
말의 앞뒤가 안 맞게 비겁한(?) 변명을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또 다시
일의 전후사정이 어찌됐든 그 상황에서 중요한 건
사람 아니냐고
상처 난 사람을 그냥 둔 채 피하는 건 사람으로서
할 짓은 아니지 않냐고
그럼 자기는 사람이 아닌거냐구 유치하게 알꼬리를 잡는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이다
잘못에 대한 사과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워서야 원
엎드려 절 받기나마 사과를 받긴 했으니 내 마음의
상처도 엷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