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김포한강신도시에 사는 작은딸네집을 갔다얼마 전 스마트스토어를 온라인에 오픈하고 열심히 홍보하며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에 동대문 새벽시장을
사위와 같이 가야 한다고 손주들을 부탁한 것이라서...
야간시간이라 애들이 잠들어 있긴 하지만
꽤 시간이 걸리는지라 그동안 안심하고 일을 하기 위해
내가 간 것이다
모처럼 딸네집을 가려니 반찬 몇 가지를 하고 보냉백에
채워 넣으니 꽤 무게가 나간다
지하철을 두번씩 갈아타고 딸네집 가까운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딸램이 초등학생 손녀를 차에 태우고 나를 데리러 나왔다 두 손주는 아직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있을 시간이라서...
딸네집에 오니 바로 큰손주 유치원 하원시간이라
통학버스 하차 시간에 맞춰 아파트 앞으로 데리러 나갔다 올 동안 손녀와 깜짝 이벤트를 하기로 하고 방문 뒤에
숨어 할머니가 안 온 척 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딸램이 손주에게
"오늘 할머니 못 오셨어!"라고 하니 적잖이 실망한 손주가
"왜, 왜 할머니 안 왔어?"하며 안방으로 들어오길래
문 뒤에서 나오며 깜짝 놀래키니 그때서야 활짝 웃으며
내 품에 안긴다
오랜만에 5살짜리 손주를 품에 안으니 묵직하게 한아름이
되어 품에 꽉 찬다
조금 있으니 작은손주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되자 날씨도 좋길래
우리는 아파트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로 하고
손주 둘 태울 웨건을 끌고 어린이집에서 손주를 데리고
나와 태워서 집에서 5분 거리 녹음이 우거진 공원으로 갔다 큰손주는 씩씩하게 걸어서 마치 공원 안내라도 하듯
앞장을 서서 우리를 줄겁게 하니 역시 남자였다
그러면서도 놀이터 모래에 물웅덩이에도 발을 담그는 걸
보니 역시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하였다
한동안 놀고 마침 사위도 일찍 퇴근했길래 우리가 집에 가면서 사 간 초밥과 닭강정 내가 해 간 반찬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손주들은 8시가 좀 넘자 스르르 내려오는
눈까풀을 감당하지 못하고 꿈나라로 갔다
딸램과 사위는 12시 조금 못 되어 시장을 보러 가고
나는 손주들과 손녀를 옆에 누이고 커다란 침대에
다함께 잠을 잤다
나는 몸부림 치는 두 손주들 챙기느라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시계를 보니 새벽4시 가량 되어 딸램과 사워가 돌아왔다
이렇게 첫날이 저물고 또 다음날이 밝아왔다
일찍 잔 손주들은 7시쯤이 되니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자기 엄마를 괴롭혀 댄다
딸램과 사위를 조금 더 자게 해주려고 손주들과 거실에서
놀다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렸더니
큰손주가 그 큰 눈에 가득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 가면 안 되요 우리 집에 살아야 해요"라고 대성통곡을 한다 그 모습을 보니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 집에 올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자기로 하고 큰손주만 데리고
놀이터에서 자전거 타는 걸 보기로 하고 데리고 나왔다
신이난 손주는 머리에 헬멧도 쓰고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어찌나 쌩쌩 잘 타던지 내가 미처 따라갈 수도
없게 내달린다
한참 그네도 밀어주고 뺑뺑이도 밀어주다 보니 우리 둘다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물과 음료수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처음 왔던 길이 아닌 곳으로 나를 이끌며
그쪽으로 가도 자기 집이 나온다고 하여 따라가니
애들 눈을 잡아끄는 장난감 가게가 나왔다
워낙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손주라 오랜만에 하나 사주고
싶어 같이 들어가니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애들 시선을 끄는 온갖 장난감이 빼곡하였다
그중에서 빨간색 119소방차를 하나 골라 자전거 앞 바구니에 담고는 요리조리 내게 길안내를 하며 집을 찾아왔다
5살 짜리가 아파트 주변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걸 보니
내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였다
나는 가끔 가서인지 지하철 역에서 가는 길도 자꾸 헷갈리던데....
오랜만에 손주들의 재롱에 2박3일이 짧게만 느껴진 날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잘 설득을 하니 순순히 나를 집에 보내주어
마음 가볍게 돌아올 수 있었다
할머니를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고맙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