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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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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레나의 비밀편지


BY 항아 2003-10-23

읽지도 않을려면서

그리고 맨날 고르는 책은

만화책 위주의 공포물이길래

내가 질색했는데

그래도 책은 쌓아 두고 싶은 콩순이

엄마 도대체 책 언제 사 주실거예요?

마트에서 책을 카트에 집어 넣길래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준다는

약속을 얼른 지키라는 성화~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러면서 골랐던 책

이제 가슴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콩순이 아버지 앞에서는

옷 입기를 주저하는 모습에서

얘가 안 하던 짓 하네~

왜 저러지

너 왜 아빠한테 머리 빗겨 달라 안해?

창피하잖아

어 아빠가 왜 창피해

엄마는 말 뜻도 몰라

내가 창피하다고 혼자 할거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목욕탕에서 발가 벗은채 뛰어 나와서

더웁다고 거실 선풍기를

턱하니 차지했던 콩순이가

문 잠그고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엄마 체육시간에 조금 민망해요

 뭐가

저도 브래지어가 필요한 거 같은데

벌써 그랬단 말이지

 

일부러

콩순이 아버지를 대동하고

딸 브래지어를 손수 고르게 했더니

속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한지

허허참을 연발한다.

나는 콩순이 초경도 축하해 줄건데

쉬쉬 몰래 치르느라

힘들었던 시간이 생각나

우리 콩순이 생리 시작하면

엄마가 예쁜 캐릭터 생리대 사 줄께

엄마 내가 골라도 되요?

그럼 친구들한테도 물어 보고

보건시간에 다 배워서 알아요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고민했던

여자의 길을

만화로 가르쳐 주는

루나 레나의 편지

얼마나 열심히 읽어 대는지

잠 잘때도 껴안고 잔다.

세상 참 좋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