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앞에서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할아버지.
도대체 뭘 하실려고 궁금해서 쳐다 봤더니 길을 건너고
싶으신 모양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관심을 보인 사람은 나 밖에 없었고
결국 내미는 손을 잡았는데 순간 도와 드리는 마음보다
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나하고 피하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옷차림과 얼굴도 깨끗해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 속에서 은연중에 거부감이 생긴 것이다.
어찌 어찌 길을 건네게 도와 드렸더니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시고 내가 대답을 안했더니 외국사람이 한국인처럼
생겼나? 하시는 표정으로 세상에 영어로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시는 것이다.
순간 옹졸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일부러 장애자 시설이나 불우 이웃에게 시간을 내서
찾아 다니거나 도와 주시는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넓은 것인지...
오늘 엉겁결에 한 행동이지만 누군가 봤다면 착한 일이라고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