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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있는 사람은


BY 김효숙 2021-05-24

38년 전  신혼여행을 다녀 온 제주도
24년 전  남편과  다녀 온 제주도
일속에 꼼짝도 못하던  내가 이제는 해방되어 여행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달고 떠나는 제주도  열흘 전 부터 설레이는 마음이다
누구랑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봄바람에 푸르름속에  내 몸을 물들여 보는 것 또한
얼마나 좋은지 생각만 해도 하루 이틀이 길게 느껴진다.

십년전 남편 부인들과 함께 떠났던  오동도 그때도 재미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팀과 함께 떠난다.
오동도에 다녀와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 바닷가에 절경이 눈에 가물거린다.
성게 알에 비빔밥  비바람속 천막에서도 맛나게 먹었던 홍어
여행은 평생을 한쪽 가슴에 그리움으로 체워나간다

준비하는것도 많지 않은데 맨날 저녁이면 가방을 들여다 보며
무슨 옷을 입을까 무얼 가져 가야하나 수수깨끼이다
네 사람이 떠나는데 내가 제일 연장자다
얼굴은 주름살 투성이  검버섯에 꽃그림으로 얼룩이져도
그러려니  마스크로 하얗게 포장을 했으니 어떠랴

옷이라고 구색을 맞추어 입어야는데 맨날 일속에 신경을 안쓰고 살았더니
막상 떠날 준비를 하려니 마땅히 예쁜 옷이 없네
남편은 인터넷으로 티 두개를 주문했는데 작아서 못입고
난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에 가서 쌈직한 티 두개를 샀다.
만원에 두장.. 기분이 좋다
차곡차곡 가방에  넣고는 비시시 혼자 웃어본다.
왜 그리 좋을까
왜 그리 설렐까
남편 사흘동안  먹을 반찬을 통마다 해서 견출지를 붙여놓았다.
엄마가 아들 놓고 떠나는것만 같은 마음이다.
아니 속으로는 가끔은 아내가 없어 허전함도 느껴보시라요..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내가 없어도 더 잘해서 살아가는 남편이니 걱정은 없었다.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물가에 내어놓는 아가처럼... 버스를  어디서 타고 지하철을 어디서 타야한다고
자상하게도 일러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나도 다 찾아갈 줄 아는데
너무 관심도 그리 좋지않을수도 있다.
자유여행...가다가 못가면 그만이고... 잘 알아서 다녀오슈   그러면 더 좋다.

남자들은 데려다 주고 기다려주고 하는것이 좋은 줄 알지만
여자들은 때로 훌훌  혼자 다니고 관심을 덜 가져줄때 자유로움을 느낄수도 있다

떠나자...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에 거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30분 전에 도착을 하였다
오랫만에 만나보는 얼굴들이다...
막내가 제주도 사람이라 안내를 잘한다.
비행기를 타니 새롭다.
유럽이고 여기저기  가보았지만  너무 먼곳보다   한시간 거리 비행기가 참 좋다
어릴때는 하늘에 비행기 나는 것만 보아도 좋았었다.
잠자리 비행기  

이젠 직접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다
우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사람이 바쁠때가 있으면 이렇게 한가로이 여행을 즐길때도 있고
힘들때가 있으면 소소하나마 행복하다고 웃을때가 있노라
나 혼자 위로를 해 본다.
제주도에 내리니 날씨도 좋고 막내가 차를 운전하고 참 즐거운 시간
숙소에 들어가니 호화롭다 짐도 없는 넓은콘도 그냥 여기서 한달을 살아도 좋을듯 싶다.

좋은 집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아도 냄비 몇개   그릇 몇개면 하루하루 살아내는데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사는것 같다
욕심을 내려 놔야지 더 돌아보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룻밤 자고 해변가로 갔다   둘레길을 산책하는데 어릴적 먹어보던 귀하디 귀한 여자 싱아가 있다.. 남자 싱아는 굵은 줄기만 먹고 여자 싱아는 줄기랑 잎을 다 먹는다
하나씩 껍질을 벗겨 입에 넣어주니 모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먹는다.
언니는 무인도에 갖다 놓아도 살거야 하고 웃는다
어릴적 추억이 많은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먹을거다
굵은 찔레도 따 먹고 싱아는 잎과 줄기를 잘라 봉지에 넣었다
자꾸만 입으로 간다....그 어떤것보다 날 행복하게 해주는 싱아
아마도 이것이 비타민 씨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흘간에 제주도 여행은 바람과 푸르른 바닷가  초록색 봄동산
한폭에 수채와였다. 즐겁고 재미있던 여행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