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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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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BY 행운목 2004-01-30

워낙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조그만 수첩을 그만 잃어버렸다.

아마도 어디에 있기는 있을텐데, 정리할 시간조차 없다보니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여자들에게 있어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지금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 날렵하고 예쁜 뿔도장은 내가 사회에 첫발걸음을 하던 그때 한

친구가 파준 도장이다.

결혼하면서 도장도 함께 집에 보관되어 있다가 다시 취직을 하면서 이 도장도 나와 같이

세상구경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한쪽 귀퉁이가 닳아 없어진 이 도장을 파 준 그 친구는, 고교시절 내내 붙어 다니던

단짝 친구였다.

그리고, 결혼전까지도 가끔씩 연락하고 만나고 했었는데, 결혼후 부터 연락이 뚝 끊어졌다.

나보다 1년 늦게 결혼한 그 친구는, 아들 연년생을 낳아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가끔 알음

알음으로 전해 들었다.

5년전쯤, 그때가 내 결혼생활중 가장 행복한 때였던 것 같다.

새로 장만한 아파트에 입주해서 하루하루가 즐거운 그런 때였다.

문득 그 친구가 궁금해서 옛날 연락처로 전화를 했더니, 연락이 되질 않았다.

겨우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그 친구의 수화기 저쪽 목소리가 너무 차갑다고 해야 할지....

겨우 안부만 전하고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려움에 처하자 그 친구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가장 순수하던 시절, 많은 추억을 함께 나누던 친구에게 지금의 초라한 내 모습을 보이는게

그렇게 싫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을 피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괜한 나 혼자만의 자격지심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어려울때 내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또 그 어려움을 같이 아파해 주던 것도

친구들이었다.

 

친구란 기쁜일이나, 슬픈일이나 한결같이 나와 함께 해 주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그저, 묵묵히 내 속내를 들어주고, 나와 같이 아파하고, 내편을 들어주는 그 자체로 내게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

만나면 그저 그때 그 순수함으로 돌아가 삼십이 되든, 사십이 되든, 혹은 육십넘은 할머니가

되든 그저 실없이 소녀다워지는 그런 존재.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직 인간 아무개로 가감없이 보아주는 그런 존재가

친구인 것 같다.

오늘은 친구들이 그립다...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모두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다.

결혼해서 잘사는 친구도 있고, 나처럼 힘겨운 친구도 있다.

모두 매인몸이라, 일년에 4번 정기모임이 있건만, 한번 나오는 친구도 있고, 두번 나오는

친구도 있다.

작년에 난 한번도 모임에 나가질 못했다.

하지만 이번 모임엔 꼭 나가서, 친구들에게 나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고, 말없는 격려도 받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