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다녀 오는 길...
처음 통장 만들때 13만원...
작년 9월이다. 그땐 참 힘들때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때...
그때 비과세가 없어진다고 하기에, 이때 아니면 힘들겠다 싶어 어렵게 13만원을 만들어 가입
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도만큼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 13만원은
나에게 130만큼이나 큰 금액이었다.
빚은 주렁주렁 걸려있는데 저금은 무슨.... 하던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갚아야할 대출금이 없진 않지만, 그때에 비하면 백수로 놀던 남편이 지금은
열심히 -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지만 - 자기일 하고 있고, 대출금도 많이 줄어들었다.
13만원으로 시작한 돈이 6백3만원이 되었다.
이제 4년만 고생하면 3천만원이 되는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앞날이 훤해 지는것 같다.
살면서 참 힘들다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저금을 했다.
그건 나에게 부여하고 싶은 작은 희망의 불씨였다.
돈때문에 힘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돈때문에 친구 만나는 것도 싫었고, 친정식구들 얼굴 보는 것도 싫었다.
돈에 허덕이다 보니 마음도 마냥 찌들어만 갔다.
그때 알았다. 가난은 단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죄라는 것을...
저금을 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약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저금을 해약 한 후... 그땐 희망도 잃어버렸다. 단지 살아내야만 했었다.
그때까지 그저 남편 얼굴만 바라보면서, 전업주부로 살림만 하던 내가 더이상 집에 있을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일확천금의 꿈에 미쳐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한 남편은 그때 내게 절망으로 다가
왔다.
다시 취업을 하기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30대 후반의 나이도 걸림돌이 되어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것이 두렵기는 했지만, 결혼생활 10년만에 다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틈틈히 워드 2급 자격증도 따 두었고, 엑셀도 배웠다. 그리고 지금 작은 회사에
취직이 된지 이제 1년 6개월.
남편도 작은 문구점을 시작한지 7개월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 든 적금이 벌써 13회째에 접어 든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통장을 꺼내보면서 오랫만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일을 벌이려는 남편과 어제도 한바탕 했는데...
친정아버지 칠순도 참석 안하고, 추석날 시댁에도 안가고 문구점을 지킨 남편...
마음속에서 이미 남편의 자리를 잃은 남편...
그 괘씸한 남편을 이제는 용서해 주려 한다.
미워하고 증오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이 햇살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우선 순위는 틀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남편의 절박함을 어쩌면 알 것도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