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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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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것은 어느 쪽일까


BY 윤복희 2003-12-20

세상이 온통 미쳐 있는 것만 같습니다.

몇일째 계속 한강에 자신의 두 아이를 던져버린

비정한 아빠에 대해 떠들어대는 전파.

얼마 동안 일까요

사람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미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울분을 토하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얼마 동안이나 기억할까요.

절대로,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많은 놀라움과 분노를

우리는 현명하게도 잘 잊어 갑니다.

우리가 잊어가는 속도에 맞추어 차마 세상의

저주라고 볼수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이 벌어지고 맙니다.

우리의 뇌 어느부분에서 용케도 자기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진짜로 우리 모두가 미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어느 사이트에서 엄마를 살해 했다는 소녀를 구제하자는

탄원이 넷상으로 유포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세상 사람들 다 귀를 막고 그저 넷상에 떠도는 류머라 여기며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그 일이 실제로 다급한 구원의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타깝고 세상이 무섭고 온 세포가 곤두 설 만큼 화가 치밉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다는 자괴감에 그저 그런

감정의 회오리에서 무사히 벗어나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내가 아님이 그래도 다행이다 치욕적인 위안을 하는 그 순간에

어딘가에선, 아니 어쩌면 바로 내 가까이에서 절망과 죽음을 갈망하는 삶있다면,

나는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절망에 움추리게하고, 죽음을 소원하게

만드는 동조자일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가 꿈꾸고, 바라온 것이 무엇이였을까

나 자신 불행하게 살지 않는 것.

적당히 사랑 받으며, 사랑하며 큰 시련없이 삶을 영위하다 가는 것

정말 부끄럽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 적도 없었고, 늘 풍족하지 못하다는 변명속에서

배 곯는 이들의 고통을 눈감아 왔던 것 그게 나 입니다.

그런 "나" 들이 세상을 채워가는 동안 정말 운이 없어서

그런 "나" 가 될수도 없는 사람들은 가상속에 존재 할지 모르는 생지옥에서

원망의 눈빛마저 잃으며 고통과 두려움, 배고픔과 위축됨으로

죽음의 안식을 바라며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입니다.

나 깨어 있기를 바란 이유가 무엇이였는지

그 역시 옹졸한 내 삶에의 한낱 집착이였을 뿐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이와 고통을 나눔이 아니고,

허기져 촛점잃고 쓰러져가는 이와 밥을 나누어 먹으려 함도 아니며

찟어진 상처위에 다시 찟어져 핏덩어리가 응고되어 살이된 이에게

약을 발라주는 그런 깨어 있음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말 뻔뻔하게도 세상에 떠도는 언어와 그럴듯한

글들을 끌어모아 잘도 지꺼리며 고뇌하는 인간의 형체를 그럴싸하게

흉내내고 있습니다.

세상을 자꾸만, 자꾸만 미쳐가게 만드는 것은 많은 "나" 와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불현듯 두려워지는 날입니다.

"나"

어쩌면 가장 혐오스럽고 잔인한 인간의 형체를 한 악마가 아닐까.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