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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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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바닥 다 드러내고


BY 윤복희 2003-11-18

말라 붙은 강바닥은

강물 넘쳐 흐를적에 소유받지 않던

그 독단적인 개체가 아니였다.

거절 할 권한도 갖지 못하고

어느집 텃밭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넓디 넓은 강바닥 다 드러내고

옆구리에 미미한 물줄기로 인해

강이였음을 드러내는 모습이

서글프더라.

 

이제는 조금은 알거 같다.

나를 다 들어내지 말란 말의 의미

내 속을 다 까뒤집어 보이고

영원불멸의 근원적 본질만을 남긴

나의 모습이 얼마나 서글픈지.

마음 안에 감정 다 퍼내어

깊이도 량도 다 들어내고

알량한 내 본연의 초라한 모습 만으로

나는 온전히 나로 인정 받을수 없다는 걸

왜 조금은 가식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지

이제는 알것도 같다

너무 어리석고 바보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주체 할수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포기도 실하게 알을 채운

배추포기 거기 니 자리가 맞니?

허락없이 물의 터 차지하고 앉아서

그렇게 탐욕스런 몸둥아리

보는 이 욕심나게 당당하기도 하다.

지 자리 내어준 초라하기 그지없는

물줄기 보기 민망하여

난 너 알 잘베겨 실하다 말 못하겠다.

 

하늘 빌어 눌렸던 분함 터져 흐르기전에

얼른 나서거라.

감히 어디라고 날도 헤아리기 아뜩한

세월 지켜온 자리를 탐낸단 말이냐.

그리 가소롭더란 말이냐

다 들어 내어,  메마른 속 들어 냈다고

한낱 남의 집 텃밭일순 없지 않겠느냐.

 

언젠들 인정받아 무엇이였다고

관심받지 않고도 유유히 그리 흘렀건만

또 그리 흐르지 못할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