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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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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지어짐을 거부한다.


BY 윤복희 2003-11-03

육적인 것으로는 나는 생에 대응 할수없다

나를 감싼 현실은 빈약하기 그지없고

나약하기 마저하다.

그렇다고 방관하기엔

내면의 영은 거대한 소용돌이 처럼

내 삶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나의 혈관마다, 잠들수 없는 용암같은

뜨거운 기운으로 채우고있다.

 

나의 소유권에 속해진

욕망만으로 자신을 충족 시킬수 없다면

이제부터 나는

내 혈관을 하나씩 잘라

나의 선혈로 나를 말할것이다.

마지막 살점까지 뜯어내어

남은 생의 길위에 널어 둘 것이다.

 

내 걸었던 길위를

누군가 지나칠때

나의 영은 그에게 묻어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혼으로 남을 것이다.

 

황홀 할 만치 비릿한

선혈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마지막 의식을 놓을때까지

무지한 나의 육신에의 대응을

영원한 나의 영으로 대신 할것이다.

 

누가 주어진 생에 순응하며 살라 했던가

나는 지금부터 내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한다.

내 의지와 무관한 순리적인 운명을

나는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