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굽이 한 면은 바다를 끼고 군데군데 뭉태기로 살을 갈라 길을내는 산이 또 한 면 가을이 이미 깊었음에도 고통스러운듯 파란 새순 돋은 나무들이 왠 말인가 변형된 자신이 난감한듯 잘린 산귀퉁이에 초라히 섰다 -오어사- 그곳을 향하는 길에 풍광은 과히 사람의 것은 아니였다 어찌 저 바다에 저 바위는 섰음이던가 살기 위함인지, 감탄을 자아내기 위함인지 바다 위 그 바위 위에 어찌 저리도 태연히 솔은 푸른가 산이 깊을수록 계절 또한 도에 경지에 이른 탓 찌든 오염속에 단풍도 빛을 바랬건만.. 그산에 노을처럼 물든 가을이 있었다. 한걸음에 번뇌를 털어내던 원효의 길엔 오만 군상의 발길질에 그 산마저 허물어져 흘러내리고 왁자한 소음속, 수도승의 반복적인 머리 조아림은 이미 세속을 벗어 난듯 법당안에 존재하고 그밖에 선 우리는 어리석음 조차 깨닫지 못하는 한낱 법당 마당 채운 풀포기보다 못한 모습으로 배회하고 있다. 절간 풍경 미미한 바람에 울릴적마다 한걸음씩 뒷걸음으로 숨어지는 나는 아마도 법당 디딤돌되어 내 업을 씻어도 다 못 씻을 미물은 아니였는지 모를 일인듯하고, 돌아오는 내도록 그 산자락 어디쯤에 두고 온 내 숙명의 안부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