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자,,"
"어딜..?"
"산에 가자우리"
"산?,,,어디 산?"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지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건 아니였다.
그저 그렇게 시간을 축내고 있을 뿐인 나에게 외철씨는 나가자고 권한다.
-외철씨는 나의 남편이다(조외철)- 나는 처음 나의 남편을 외철씨라고
칭해 불렀고 아이가 둘이고 결혼 생활 14년에 접어들었음에도 그칭호를 쓰고있다.
"그럴까?.."
"응 나가자 산에 가자 "
외철씨는 산을 무지 좋아한다.
산에 핀 들꽃을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자꾸만 깊은 산 속으로
산꽃을 따라 들어간다.
산에 낀 이끼조차도 그냥 지나치는 일이없다.
내 남편은 그렇다.
"잠깐만 웅이 옷 좀 챙겨가자..산은 좀 추울거야 그치?"
"괜찮아,태풍 뒤인데도 오늘 날씨가 굉장히 좋은데 뭐"
"알았어..잠깐만 기다려 커피 물 끓여서 그러고 가자 응?"
아이들 앞장세워 먼저 복도로 나서는 그를보며 난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믹서커피도 몇개챙겨서 가방에 주섬주섬 넣고,끓는 물도 보온병에 넣고,
종이컵도 몇개 챙겨넣고,
신을 신고 나서다가 아차 책 한권도 챙겨 부지런히 따라 나섰다.
산길을 오르는 도로엔 어젯밤 태풍에 시달린 나무와
맥없이 구부러진 도로 표지판들이 을시년 스럽기만했다.
그런데 하늘은 참 맑고 바람은 더 없이 상쾌하기만하다.
"란아,웅아 곤충 잡으러가자"
빈 젤리통을 들고 억새가 무성한 비탈을 내려서며
"외철씨 억새를 왜 억새라하는지 알겠다.그 강한 바람에 끄떡없이 있는건
억새뿐이네 그치?"
나를보며 웃는 남편,,아이들과 곤충을 잡느라고 산으로 올라가는 걸 보다가
나는 차로 돌아와 먼저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책을 펴들었다.
하지만 나는 몇장의 책장을 넘겼으나 그 책의 내용을 읽고 있었음이 아니였다.
열어둔 차창으로 밀려드는 바람에 눈을 감았고 저만치서부터 젖어드는
노을을 자꾸만 힐끗거렸으며 여치소린인지 귀뚜라미 소리인지
나는 곤충을 알지 못한다 어떤 것의 울음소리인지 모를 산 곤충의 울음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저만치 나의 외철씨와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 온다.
"엄마,여치 잡았다,,웅이가 잡았다"
젤리통 안엔 몇마리의 메뚜기와 여치가 재수없이 아이들에게 채포되어 갇혀있다.
"인제 놓아주고 내려가자"
"싫어,,안 놓아줄래"
"다음에 아빠랑 또 잡으러오자,오늘은 놓아주고 알았지?"
두시간 넘게 산을 헤메고 잡았던걸 놓아주고 집으로 향해오면서 문득,
외철씨가 잡은것은 메뚜기도 여치도 아니였다.
그는 오늘만큼의 산을 가슴에 안았었고, 나는 또 한번 버릴수 있었다.
세상에의 삶에의 아집을,,,
늦은 아침먹은 뒷설거지를 하려는데 나의 외철씨가 나선다
"나와봐라,,내가 해줄께"
"괜찮어,,저리비켜라 얼른 얼른하고 저녁준비해야하는데"
"에이~비켜봐라 해준데두.."
모른척하고 앞치마를 넘겨주고,방 걸레질을하며
'난 참 호사스러운 여자'라는 생각을한다.
호사스러운 여자가 따로있나, 이보다 더 호사스럽기를 바라면
그건 분명히 과욕임에 분명할거라고 ,,,
'난 참 호사스러운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