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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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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인데..애들은 밥이나 잘 먹는지...원


BY Blue By Nature 2004-10-23

점심시간이다..

지금쯤 큰 녀석은 급식실에서 줄서 있을것이고...

둘째녀석은 물통 수저 책상에 올려두고 차례 기다리고 있겠지..

밥맛이 있으려나...

오전내내 시무룩해져있지는 않았으려나...

 

받아쓰기 하나 틀리는데 손바닥 열대씩 때리겟다 햇는데..

혹시 빵점 받아서 그 걱정에 밥도 제대로 못먹고 기죽어 있지는 않을까...

 

어젯밤엔 벼르고 벼르던 예린이에게 매들기가 벌어졌다.

부여잡고 왜 잘못햇는지 왜 맞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뒤로 돌으라 햇는데

맞는거 가지고 실갱이가 아니라 뒤로 돌아서지 못하는것 가지고 실갱이를 한참햇다.

 

하나 둘 셋....열대..

하나 둘 셋....이십대..

하나 ...둘....셋.....삼십대...

두대를 때리겟다던 숫자가 삼십까지 올라가고..

그럴수록 강하게 버티는 녀석이 속으론 답답햇다.

 

"엄마는 이학년때 그렇게 안했잖아여..?

"엄마도 이학년때 할머니한테 종아리 맞아서 치마도 못입고 학교 간적도 있어.."

"사십대로 올라간다...빨리 엉덩이 댓!"

 

회초리를 들어올렷더니 예린이가 두손으로 매를 움켜쥐고 놓칠 않았다.

그때부터 전쟁은 시작되었다.

뺏으려는 나와 안 놓으려는 아이와의 실갱이는

방안을 들썩들썩거리게 햇고..

빼앗아 삽십대를 때리고 매를 잡았다는 이유로 다섯대를 더 때렷다.

 

때리고 나서 둘은 말이 없었다.

지쳣기에...

 

그렇게 억척스럽게 두들겨 패고는 저녁을 준비했다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서 바지를 벗어 보라햇더니..

선명하게 들어나는 회초리 자욱에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상처엔 무얼 발라줘야 하나 하다가 넘어진데 바르는 연고를 발라줬다..

 

저녁을 차리면서 잠깐 방안을 드려다 보니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숙제를

하고 있다.

저녁상에서도 아파서 제대로 안지도 못해 낑낑거리는데도 눈길도 안줫다.

.

잠자리에 들어 엎어져 자는 녀석 엉덩이에 다시 연고를 발라주고

물끄러미 한참을 쳐다보고 나왔다.

 

그리곤 아침....

어제보다는 많이 열이 가라앉아 있었다.

일곱시부터 준수와 받아쓰기를 하고...

예비시험을 봣더니..한줄에 열번 쓴게 쓰나마나 하다.

다시 부여잡고..정신좀 차리고 읽으면서 써보라고 소리질러 놓쿠

다시 봐도..또 틀렷다.

씻고 나갈 시간이 됫는데도 부여잡고 있으니 질질 짜면서..

지각한다고 그런다.

하나 틀리는데 열대씩이라고 엄포를 놓쿠  씻어서 옷입혀 나가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눈이 뻘겋다..

그 모습을 보구 애들 보내놓쿠 쇼파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기분이 영 아니엿다.

 

내가 왜 이러나 싶다.

잘 뛰어 놀구 아프지 않는게 최고라고 떠들어 댓는데...

그깟 받아쓰기에 목숨건 엄마가 되간다.

말하고 싶어도 말을 못하는 벙어리들도 있는데..

왜 이리 악착을 떠는지..

 

고개숙이고 나가던 녀석들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훌떡 잊어버리고 밥 잘먹고 돌아왓으면 좋겠다.

엄포는 그리 놧지만......

잘 생각해서 써주길 바란다.

 

몇개 틀렷다고 풀이죽어 돌아올께 뻔한 녀석...

집으로 돌아올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날도 이리 더운데....

 

오늘은 학교정문으로 마중 나가야겟다.

자전거 뒤에 태워서 돌아와야지...

아이스크림도 하나 물어주고...

시험 잘봣냐는 소리도 안 물어보고..

집에 돌아와 내미는 공책에..

약속은 햇으니...살짝만 손바닥 때려야지..

 

다신 이런 쓸데없는 약속 하지 말아야지..

 

예린이 녀석에겐..편지를 써야겟다.

그게 낫겟다...

 

애들 잡고 질질 짜는거..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신랑은 애를 그렇게 때리면 와서 말리고 애를 데려가야지..

이 인간은 들어와 창문을 내다보며 혹여 이 난리를 누가 밖에서 듣지나 않나..

한다.

 

무식한 엄마...

잘못햇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