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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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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에 묻어나는 향수


BY Blue By Nature 2004-10-15

상처는 아물어가며 간지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루가 시작이 된다.

푸닥거리하듯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

기다리던 분리수거 차소리에 급하게 뛰어 나갔다 와서..손을 씻고..

우려논 녹차를 마신다.

 

"준수 아짐마...하얀 옷 입은 아짐마는 왜 반대로 해요?"

어제 준수반에 급식때문에 가서는 한 여자아이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급식실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얼마큼에 반찬에 국을 떠 주라고 시범을

보이고 내려갔는데...그걸 유심히 봣던지..

왜 국과 밥이 반대이냐..마늘쫑과새우볶음은 이쪽인데 다른쪽에 놧느냐..

많이 주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많이 줫느냐...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아짐마가 바뻐서 헷갈리셔서 그랬을꺼야..많이 준건 우리 아가씨 쑥쑥  크라고

 많이 준걸꺼야..."

이렇게 정말 고급스럽게 이야기 했건만 그 아이는 내 대답이 신통치 않았는지..

담임에게 가서 다시 줄줄 늘어놓는다.

 

국 그릇 밥 그릇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식판에 아무데나 담아서 먹음 어떻타고

톡톡 따지고 드는 녀석이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뿐 아니라 우리 애들도 나한테 따지고 덤비는 건...

 

"엄마 왜 그래야 하는데.?"

말이 막히는 대목에선 딱 다섯글짜로 끝낸다.

"하란 대로 해"

 

아이들이 상표 때문에 너도나도 조금만이라고 한다.

일찍 먹는 아이 식판에 음식 남기지 않는 아이에게 상표를 주는것 때문에

상표에 목숨거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에서 급식한다고 엄마들 참 편해 하는데..

가서 보면 아이들 밥 먹는것이 그냥 모양새일 뿐이다.

 

빨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먹는 아이들..

한숟가락만큼 가져가서 병아리처럼 수저로 장난하다가

선생님의 고함소리에 식판을 들고 후루룩 마시고 퍼넣쿠 하는 아이들..

그 속에서 준수의 모습...

밥 먹는거로 스티커 한장도 못받아본 아들..

솔직히..내 아이라고..

우리 준수가 식판을 내 앞에 놓을 때...옆에 엄마 신경쓰며

다른 아이들보다 슬쩍 더 줫다.

저번 급식에는 준수가 지나간지도 몰라서 좀더 큰 치킨을 주고 싶엇는데

깜박 까먹어서 담엔 녀석 확인해야지 햇는데..

이번엔 용케 준수를 보고 좀 더 줫다.

늘 늦게 먹어 담임에게 혼난다고 들었는데..

엄마가 급식하는 날이여서인지 제법 빨리 먹는다.

잘 보이고 싶었겟지...

......

눈물이 나오네..허허...

아침부터 마음 이상해지네..

음악 때문인가보다..

 

난 밥 먹는거 가지고 스티커 주는거에 반대 합니다..

이렇게 선생님한테 말하고싶지만..생각뿐이엿다.

 

처음 보는 엄마가 누구 엄마냐 묻고 누구 엄마라 대답해버리면..

한 삼사년은 만난 바로 이웃 아짐마들 처럼 금새 벽을 허물고..

아이들 이야기 담임 이야기..사는 이야기까지 풀어 놓는게..

아짐마들이다.

같이 급식이 걸렸던 가영이라는 아이의 엄마가 집에 한번 놀러 오겠다는..

빈말 같은 말을 하고 우린 헤어졌다.

 

아짐마가 되서 편한 것 중에 하나가..

아이들덕에 쉽게 또래의 엄마들과 친해진다는 거다.

아이들 어릴 때에는 그 이웃과의 친해짐이 더 시워졌던거거 같다.

 

아침에 눈뜨면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이 어려서 엄마가 늘 지켜봐야 햇기에..

자연스레 엄마들과 늘 마주치고..그러다 보면..

그 집 밥 그릇 수가 몇개인지..오늘 해먹는 반찬이 무언지 알 수 있고..

더 잘 나가면..그 집 반찬이 우리 반찬이고....밥상에 올려지는 반찬들이

동네가 똑같아 진다.

 

그 엄마들과 밖에서 만나는 일이 생기면 늘 우린 식당안이 커다란 곳을 찾고..

아이들이 떠들어도 덜 혼내는 그런 곳을 택하니..

중국음식점 이층이고 근처의 공원이고 산이였다.

그리고는 하루의 반나절을 집 앞에서 아이를 지켜보며 지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알아서 나가 놀구 들어오는 나이고

내 보살핌이 아이들에게 귀찮음으로 되고 보니..

난 이 동네에 이사와서 일년이 넘었지만..

알고 지내는 사람은 슈퍼 할아버지밖에 없다..

 

요즘 그 슈퍼 할아버지는 내 흉내를 자꾸 내신다.

몇일전 저녁에 주머니에 돈을 넣쿠 나간 줄 알앗는데..

슈퍼앞에서 찾으니 없어서" 아이씨이.........가져왓는데.."

그랫더니 안에서 들으셧는지 들어서자마자 내 흉내를 내셧다..

겸연쩍게 웃고는 아저씨이 저 외상해두 되냐고 묻고는 "아이씨이..외상하슈.."

하던 어르신과 웃고는 라면을 가져왔었다.

그 뒤부터는 늘 나만 보면 흉내시다.

난 그래서 웃고...하지 마셔요오....

 

그리곤 아이들이 가끔 사달라고 하는 떡꼬치집 아짐마...

학교 선생님 ..반 엄마들 몇분....

만나면 반갑게 오랫만이라고 할 수있는 그런 사람들 뿐이다.

 

잠자리만 틀릴 뿐 늘 같이 살다시피헸던 신림동의 아짐마들이 그립다.

마산으로 내려간 준수친구 기현이 엄마..

안산에서 살고 있는 제일 보고픈 예린이의 첫사랑 두홍이 엄마..

늘 남편에게 얻어맞고 힘들어 하면서도 놀기 좋아했던 ..넘 무식해서

기가 막혓던 김대중을 너무 좋아해서 아들 이름까지 대중이로 지었다던 대중이엄마..

그리고....

준수가 내 뱃속에 있을 때 우리 신랑 출근하면 아침부터 우리집에 와서

신랑이 퇴근해야 가던 나를 힘들게 햇던 그 엄마조차도...

오늘은 그리워지는 그런 날이다..

 

오늘 나의 감성지수는 상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