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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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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고 싶냐?


BY Blue By Nature 2004-09-19

우리 집에는 자전거가 한대있다.
아니다..
자전거가 두대있다.
한대는 내꺼..또 한대는 애들 꺼..
그런데 우리 집 자전거는 늘 그 자리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전시용처럼 꼼짝도 안하는 자전거가 요즘 고생한다.
CF에서 자동차끼리 말을 주고 받으며 주인 때문에 쉴 틈이
없다고 투덜거리던 것처럼 내 자전거가 요즘 죽을 맛일게다

그래도 오늘 머리털 나고 처음 자전거포에 가서 점검하고 기름도
칠해주고 나사도 조여주고 구겨진곳 펴줫다.

자전거 탄지 일주일이 아직 못됬다.
어려서 엄마가 자전거 못타게 해서 몰래몰래 친구들하고 하루 타다가 실컷 넘어지고 좀 앞으로 갈만하면 집에 오고는 또 일년이
지나고를 몇번 ....
그래서 난 자전거를 못탔다.
시댁에서 자전거도 못탄다고 시어머니가 뭐라 하시길래..
"엄마 제가 학교가 엎어지면 코앞인데 자전거를 탈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러고 말았다.

날씨 풀리면 배워보리다 지난 겨울부터 다짐을 했는데...
저녁공기 너무 좋은 요즘 반은 미쳐 있는 듯 하다.

비명 질러가며 엎어지고 페달에 한쪽다리 하나 올리는게
너무 힘들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며..
큰애가 엄마때문에 챙피해 죽겠다고 집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내 비명으로 동네가 들썩 들썩 슈퍼 할아버지가 나와서
"예린엄마 고생하네..." 하시며 빙긋 웃으시고 들어가시고..
관리실 아저씨도 "예린이는 뭐든지 잘하더만 엄마는 아닌가보네"
이러고 가시고 ...
비명 한번 지를 때 마다 여기저기 창문들에서
머리들이 쑥 나와 나의 굿거리를 보고 닫았다.

"까아아아악"
자전거가 구른거보다는 옆으로 쓰러지는 횟수가 더 많아 너무 힘들었는데 집에 들어오니 예린이가 내 흉내를 내며 타지 말라고
한다.
"못된 년"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배워서 틈만 나면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니 슈퍼 할머니가 금방 배운다며 운동신경이 좋은가 보다 했다.
뿌듯한 마음에 점심시간 즈음 시장바구니 챙기고 신발 운동화로
갈아신고 자전거를 올라타고는 늘 보던 근처 시장으로 안가고
예전에 살던 곳에 자리한 시장을 보기로 마음먹고 나왔는데..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면 왜 핸들이 사람쪽으로 쏠리는지 모르겟다.
차라도 올라치면 핸들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차 오면 서있고
사람오면 서있고...
그러다 길 한복판에서 넘어져서 종아리가 쭈우우욱 긁어져 피가 나고 하얀 반바지는 시커멓게 변해버리고...

그래도 몇번을 휘청거리면서도 도착해서 자전거포에 가서
손 봐주는 거 열심히 보고 ...자물쇠도 하나 샀다.
너무 멀어서 이쪽 은행은 통장정리를 못했었는데 은행앞에
멋지게 주차하곤 볼 일 보고 시장에 들려서 오이도 사고
토마토도 사고 바나나도 사고 애들 옷도 두개 사고 기분 좋아서 집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바구니가 너무 무거워서 인지
휘청휘청 중심을 못잡을 정도였다.

갈 때는 그나마 좀 쉬웠던거 같은데 되돌아 가는건 정말
힘들었다.
문제는 집앞에서 생겨버렸다.
동네 어귀부터 뒤에서 트럭이 쫒아와서 열심히 밟아서
집 앞까지 왔는데 자전거에서 내리는데 좁은 골목길을 트럭이
들어오려고 고개를 드리밀었다.

온 몸에 힘이 빠져서는 그냥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 버리고
오이니 바나나니 방울 토마토니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토마토 바퀴에 눌리겟는데요....자전거 처음 배우세요?"
그렇타고 하니 옆에 있는 사람한테 "거봐,," 이런다.

내 뒤 쫒아 오면서 지들끼리 뭐라 뭐라 햇나보다.
집앞에서 이랫으니 다행이지.......멀리서 그랬어봐..
생각만 해도 아득했다..
간댕이가 부긴 부웠나보다..하는 생각이 그때서야 들었다.

신랑한테 1동시장 보구 왔다고 자랑했다.
알맹이는 다 삼켜버리고 먼 곳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너 죽고 싶냐...다리 뿌러져서 병원에 있고 싶냐..."

괜히 말했나 보다.

팔부터 다리까지 멍든 곳 천지고 긁힌 곳 천지지만..
그런데......너무 좋타.
지금 이렇게 앉아서 미주알 고주알 하고 있으면서도
나가서 밤공기를 가르며 달리고 싶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피를 보고도 아이들 바둑 마칠 시간에
교문쪽에 가서 아이들 보며 소리 질렀다..
"예린아 준수야.........가방 자전거에 실엇.."

그 다음은 말 안해야겟다.
가방 두개가 자전거의 중심을 그리 못잡고 한쪽으로 자꾸
쏠리게 하는지 처음 알았다.
"예린아 준수야 엄마 옆으로 가까이 오지마..."

암튼 성한 곳 하나도 없지만
네바퀴로 가는 녀석은 면허증이 있어도 신랑이 절대 불가여서
못 몰지만..
훨훨 날아가듯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