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냉담자이다.
세례를 고등학교 시절에 받고는 두 아이를 낳고 이렇게 세월이 가면서 성당 근처에는
두려운 마음에 지나가려 않고 자나가도 눈길을 돌리고 지나가는 그런 냉담자가 되었다.
언제 부터인가..아이에게 내 짐을 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성당 앞을 지날 때마다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마침 성당에서 행사를 해서 가서 둘러보다가 1학년 전담 선생님을 우연찬케 만나서
인사하고 예린이를 보내겠다고 하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날부터 예린이는 주말만
손을 꼽았다.
종교라는 것이 부모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종교 중에서 천주교를 권하고 싶었던 지라 속으로 무척이나 뿌듯했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가고 교리시간에 맞춰서 아이와 함께 성당에 들려 공부할 때 뒤에 앉아서
뿌듯한 마음에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이 같은 반 친한 친구를 그곳에서 만나서 예린이의 마음이 좀 안정될 듯 싶다.
교리시간이 끝나고 미사시간에 맞춰서 자리에 앉는 거 보구 왔다.
집에선 둘째 녀석 혼자서 몰래 컴퓨터를 하고 아이 아빠는 쇼파에 널부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저녁 준비에 왔다 갔다 하는데..예린이가 미사 시간이 끝날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엄마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보니 회색 바지가 흠뻑 젖어있었다.
"엄마..나 바지에 오줌을 쌋어..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꾹 참을려구 했는데 그냥 바지에 쌌어..."
엄마에게 혼날까바 똑바로 날 보지도 못하고 모기 소리만하게 이야기 하는 놈이 안쓰러웠다.
아기였을때도 안하던 짓을 다 커서 했으니 혹시나 상처로 남을까 내가 더 전전긍긍이였다.
알아서 옷 갈아입고 티비 보고 있는데 차마 성당에 또 갈꺼니 하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나중에 조용히 이야기 해보자 생각하고 밥을 먹이고 잘 시간이 되서야
예린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예린아...쉬가 마려움 선생님한테 말하지 그냥 싸버렸어?"
"챙피해서 못말하고 참아볼려고 했는데 싸버렸써.."
"성당에 갈꺼니....?"
"엄마...잘 생각해보니까 평일에도 학원에서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또 성당에 가서 공부하는거 너무 힘들어.......성당에 오래 있어야 하구..그리고 좀 챙피해..."
두가지 다 그럴듯한 이유였다.
평소에 학원이며 학교에 버거워하는 놈인데 성당에 가서도 공부를 하려니 힘들기도 하겠지..
천주교에서는 나같은 냉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세례 받기전에 공부를 많이 한다.
내가 받고 싶은게 아니라 어느정도 기본이 되어있어야 받을 수 있는것이 성당의 세례다.
옷이라도 티가 나지 않는 걸로 입혀서 보냈으면 좋았을것을..
조그마한 물방울만 튀어도 표시나는 회색 바지를 입혀 보냈으니..
얼마나 작은 가슴이 놀래고 남감했으랴..
더군다나 같은 반 아이가 혹여 학교에 가서 예린이가 성당에서 오줌쌌다고 말이라고 전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월요일에 학교에 다녀온 뒤에
"예린아 연미가 아무말도 안해?"
하고 내가 물어봣을 정도였다. 남앞에서 혼나는걸 아주 싫어하는 녀석이라
그것 때문에 상처아닌 상처 입을까 걱정이였는데..잊어버린듯 하다..
"성당에 다니던 애들이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다 한번씩 그런일 있었어.."
이렇게 위로를 해주곤 성당에 꼭 가야 한다고 등 떠 밀지 않았는데
금요일부터 나와 눈만 마주치면 성당에 가야 겠다고 말을 한다.
얼마나 대견스러웠던지..반가운 마음에 토요일에 자기가 알아서 시간 맞춰서 간다길래..
같이 가줬다.
가서 혜린이라는 아이가 첫날 붙임성있게 예린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켜 주길래
그애와 예린이를 붙여 주고 담임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길 하고 집으로 돌아왓다.
지금 예린이는 교리공부 끝나고 미사에 참석하고 있을것다.
어린아이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바르게 클 수 있게 종교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아이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이젠 슬슬 나도 예린이 옆에서 가만히 바라만 볼 수 있는 그런 엄마로 자리를 바꿔 앉아야할
시기인거 같다.
태어나 처음 가본 성당에서 오줌 싼 아이는 대견하게 오늘도 성당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