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아주 좋아하는 여자다.
그 좋아하는 술을 근 한달을 안먹고 있더니 드디어 오늘은 발동이 걸린 듯하다.
아이도 우리집에 맡기고 열심히 술을 드리 붓고 있을거다.
남편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옆집아이가 집에 와서는 아주 거창한 말을 했다.
"오늘은 내가 쏠테니 과자 사러 가자"
일곱살 사내아이가 목소리에 힘을 꽈악 주며 하는 말이였다.
언젠가 옆집에서 삼겹살 먹자해서 비싼 쌈거리에 맛있게 먹은 다음날..
옆집아이가 자기 엄마에게 이렇게 말을 했단다.
"엄마!! 우리도 예린이네 집에서 우리도 밥먹자 ..왜 예린이네는 우리집에서만 먹어?"
그 엄마는 할 말이 없었단다.
때르르르릉!
"예린이 엄마..승환이가 이렇게 말하더라..자기집에서 오늘 밥먹어야 겠다"
"그래? 그럼 밥해야지.."
소라랑 버섯이랑 넣쿠 멸치 다싯물에 된장국 맛나게 끓이고 애들 좋아하는 햄 계란물
입혀서 부쳐서 내놓코 아무튼 무서운 아이손님으로 느닷없이 손님 아닌 손님을
치르게 된 나는 그날 대단한 사내녀석에게 뒤통수를 맞았었다.
그래도 슈퍼에서 자기들 먹을꺼 하나씩 손에 쥐어 오면서 아저씨 아짐마 선물이라며
캔커피 두개 사들고 들어오는 녀석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지 애인지 가끔은 그녀석이 헷갈린다.
요즘은 애같지 않은 애들이 넘 많이 있다.
우리 딸만 보더라도 밖에 나가 뛰어 놀면 좋으련만 등을 떠밀어도 들어와서
책으로만 기어 들어가고 8살 가지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 나이인가..
지난 여름 방학에 친할아버지네서 방학내내 있으며 어른들이 주셨는지 햄토리 지갑에
천원짜리가 몇개 있었다.
준비물이 있어서 일단 그 돈으로 사고 집에 오면 돈을 주겠다 했더니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 돈 없을꺼 같으니 아빠 월급타면 주라고 어른 처럼...이야기했다.
가지고 싶은것도 대바늘에 털실..돈 많이 안드는 것들만 원한다.
시장에서 혹여 이것저것 살라치면 조금만 사라고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녀석..
이 녀석은 원하는건 잊어버리지도 않고 악착을 떤다.
자기가 엄마를 위해서 먼가를 하면 당연히 자기도 받아야 하는듯 원하고 든다.
몇일전에 신용카드가 시용기간이 지나서 가위로 자르고 있는데
못자르게 난리를 피웟다.
"엄마 자르면 어떻게해 이거 가지고 은행가서 카드 집어 넣으면 돈나오는데..엄마 자르지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면 돈없다 핑계대면 은행가면 돈있잖아...카드 있잖아..이렇게 말하는데 설명하려다 내가 포기하고 말았다.
이집녀석이나 저집녀석이나 거기서 거기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지금 우리집엔 꼬마손님이 오셔서 둘째 녀석과 안방 침대에서 두팔을 떠억 벌리고
엉켜 자고 있다.
내일 아침은 어떤 국을 끓여서 꼬마손님의 입을 맞춰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