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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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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의 그 아들..


BY Blue By Nature 2003-09-04

아랫 동네는 비가 온다고 하더니 오늘 내가 사는 동네는 하루종일 찌뿌등 해서일까..

신경이 날카로워 신경질이 많았던 날이 였다.

그런 날은 그저 쥐 죽은듯 움추리는게 상책인데 또 이런 날은 움직일 일들이 많아지거나

느닷없이 장롱을 뒤적인다던가..베란다를 들쑤셔 일거리를 만들게 되어 고생을 만들고만다.

 

오늘도 몸은 무겁고 어깨엔 납덩어리가 올려져 있는거 같아 널부러지려다 저녁에 힘들게

고생하는 토깽이들과 신랑에게 맛있는거라도 만들어 볼냥 시장을 둘러 보다

몇일전부터 코다리가 눈에 들어와 한번 해야겠다 싶었는데 오늘따라 눈을 맞추길래

턱하니 사고 이것저것 지지고 볶을것들 사들고 낑낑 거리며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앉아 숨 돌릴 시간도 안되길래 아침에 운동 가느라 아침 설겆이도 못해 설겆이부터

후다닥 하면서 코다리를 후라이팬이 지지고 양념하고 버무리고 정신없이 허리 두둘겨 가며

해놓쿠나니 뿌듯하긴 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이 배고프다는 성화에 저녁을 차리며 내심 뿌듯하고 자랑스런 마음에

상을 차려 대령을 해줫건만..

코다리 한개 집어 먹더니 하는말 "소꼽장난하냐? 그릇이 왜이래?" 이러면서

젓가락으로 반찬그릇을 툭 밀어놨다.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걸 참고 있었다.

 

결혼하고 시댁에 주말이면 가능하면 내려가 어른들 못하는 반찬이지만 열심히 해서

맛잇게 드시는거 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다가 해서 상에 올리면  시아버지 입에 맞지 않는

걸 해 놓으면 젓가락으로  접시를 툭 밀어 버리시곤 하셨다.

처음엔 처음보는 거라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어른이 애 같은 행동을 한다... 속으로

생각하며 까다로운 반찬타령에 맘 고생이 좀 심했었다..더군다나 시어머니는 반찬을 해놔도

국이나 물에만 말아 드시는 통에  시어른들의 밥상 앞에서 눈치보느라고 여간 힘들어했다.

 

그런데..그 모양새 그대로 남편이 그런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군"

이렇게 한마디 해주곤 집안에 있으면 저녁먹는데 계속 옆에서 쫑알 거릴꺼 같아서

감기 걸렸다고 하길래..동네 약국에 간다는 핑계로 집을 나와버렷다.

어차피 티격태격하면 내 속만 타는 일이라.....

 

준수는 절대로 그런짓 못하게 해야지 하며 약봉지를 들고 돌아와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약봉투를 내밀었다.   밉네 이쁘네 하면서도 약국가서 피로회복제에 이것저것 사오니

모 그리 많냐면서 홀짝 마시는 남편...

 

 

옆집까지 퍼준 코다리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기분은 완전 똥씹은 기분이고..

철없는 남편과 살아가다 제 명도 못살고 죽지싶다..

남자들 철들자 망령이라는데.....

 

이렇게 하루가 간다.

시시콜콜하게 집안 이야길 주절주절 올려놓으면서 하루의 마감을 한다.

곤지암에 계시는 어르신들 ...흉봐서 죄송해요.

그리고 남편씨..

잘 해라

잘 해줘야 나도 잘해줄꺼다.

협박 절대로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