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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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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기억 하나 - 사춘기 그 불같은 시절


BY 제니스 2003-11-25

내게 사춘기는 너무 빠르고 뜨거웠다

뭐하나 풍족한거 없이 늘 쪼들리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님은

그저 학교에서 내노라 할만큼 공부잘하고 잘 나가는 딸래미 하나로 위안을 얻었으셨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뭔가 모자랐고 심심했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읽을만한 책도 변변치 않았고

한참 커가는 성장기에 먹을것조차 풍족치 못했다

어쩌다 없는 살림에 쥐어주시는 용돈은 내 모자람을 채우기엔

언제나 역부족이어서

나는 제대로된 알뜰한 경제관념을 배울새가 없었다.

늘 뭔가 사고 싶었고

먹고 싶었으므로..

그런때.. 찾아온 사춘기는 정신없이 나를 휘몰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가는 즈음..

그제서야 나는 고등학생오빠들과 어울릴수있는 중학생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늘 튀고 잘난척하는 어린아이였던 나는

갑자기 내앞에 나타난 많은 오빠들에.. 정신을 잃었다.

오빠들.. 나는 윗형제가 없었고

같은 또래의 남자애들은 공부잘하고 무슨 대회를 하던

등수안에 꼭 들어가 있는 나라는 여자애를 그닥 좋아해주지 않았다

나역시고 그런 애들은 눈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또래들 보다 오빠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매주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교회에 가기 위해 모든 하루를 내놓았다

그중 어느 한오빠를 좋아해서 애틋한 맘을 품고

가슴앓이를 하고 했다면 얼마나 예쁜 사춘기 추억거리였겠느냐만은.. 나는 수시로 좋은 상대가 바뀌었고

한번 좋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상대만을 향해 포커스를 맞추고

행동했기 때문에 주위 모든 사람들이 알아챘고

그때문에 되바라진 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중1밖에 안된 여자애가 고등학생들에게 연정을 품어

소위 지금말하는 작업같은 행동을 서슴치 않았으니

사람들 눈에 예뻐보일리가 없었다

그해 여름 교회에서 떠난 수련회에서

나는 스물을 넘긴 군입대를 앞둔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무슨 용기였을까..

섬으로 들어가기위해 탄 배에서 나는 되도록 그의 가까이에 있었고

서있기가 힘든 파도때문에

그와 또 두어명의 오빠들과 배 바닥에 주저앉아서 가게 되었다

눈높이로 배를 모는 뱃사공의 다리가 딱 눈에 들어왔는데

배의 엔진때문에 덜덜거리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었다

그걸보고 흉내내며 깔깔거리는동안

나는 슬며시 그의 팔안으로 내 팔을 넣어

자연스레 팔짱을 끼어봤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음을 그땐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는 내가 고1쯤 될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 내 행동에 적당히 박자를 맞춰주었다

가까워질수록 그가 보는 눈빛이나

어쩌다 하는 행동들이 점점 애틋해졌고

놀리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하고 그가 청한 산책길에서

 

오빠는.. 이제 군대에 가.. 지영이가 편지해줄래?

 

아무것도 아닌 그말 한마디

사람들몰래 살짝 잡아준 손길 한번에

나는 모든 생각이 놓아버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닿았을때의 짜릿함을 그때 알았으므로

 

이만큼의 아름다운 첫사랑을 품은 사춘기지만

나는 발정난 고양이처럼

누구든 나를 좋아해주는... 아니 그런것처럼 다가와주는 사람에게

사랑을 퍼부어댔고

그걸 피하는 사람들로.. 상처받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고 하느라

얼굴 벌건. 불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때의 그 기억이 그 열정이

가끔씩 후회처럼 수치스럽게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