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2시가 넘어선 늦은 밤이다.
스타크레프트를 한판 끝내고난 신랑은 세상없이 잠들었는데
나는 그옆을 뒤치덕거리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오늘은 낮에 산부인과에서 막달검사를 받느라 낮잠도 안잤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린 검사에 버스로 십여분을 오가는 외출에
내일부터 이틀간 단수라는 소리에
요즘 일이 많아 집에서 겨우 한끼 먹는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까봐
부산을 떨며 서너가지 반찬을 만들어내고
집안 청소를 하고 하느라 종종거렸는데도.. 잠이 오질 않는다
잠들기위해서 하는 여러가지 방법들
숫자를 거꾸로 세어보기도 하고
어떤 상황을 머리속에 그려내면서 드라마처럼
그상황을 이어가보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머리속은 말갛다.
아기방에 걸.. 조각커튼을 수놓은 십자수도 잡아보고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들여다 보기도 해봤다
다들.. 기구한 사연들.. 허무한 일상을 자근자근 밟아가며 살고 있었다.
스물아홉 그리 길지않은 세월동안
기억해낼때마다 비릿한 좋지않은 추억을 가진 그넘들에 관한 이야기들
늘 내맘구석 어딘가에 묻어놓았다가
나도 모르는새 튀어나와 당황스럽던 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버리고 해볼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