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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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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 앞에 서서...(5)


BY 박꽃 2009-05-16

다시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

 

병원에서의 생활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어머니도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몸을 전혀 못움직이시니

기저귀 하나 갈아드리는것도 전쟁을 치루는것처럼 온몸에 땀이 흥건해지고

체격이 나보다 크신분이니 허리가 부서질것처럼 고통이 따랐다.

간병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일을 하신다는걸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이 길어질까 겁이났다.

 

도저히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어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바로 되는것이 아니라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한달이내이긴한데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어머니와의 세월이 이십여년이 훨씬 넘었지만

우리 두 고부간은 별로 할 얘기가 없었다.

기껏 식사준비해서 먹여드리고, 씻겨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그게 다였다.

어머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주무시는게 다였다.

그러다 한번씩 돌아가신 외삼촌이 꿈에 보이셨다며

당신 데리러 오신것 갔다는 소리를 하셨다.

그리고 왜 내가 여기있냐며 전에 살던집 이야기를 하시며 집에 가자고 하셨다.

정신도 조금씩 혼미해지시는것 같아 더 겁이 났다.

 

그렇게 일주일쯤이 지나가고

갑자기 아무 말씀도 없이 잠만 주무시고 눈을 뜨셔도 눈을 못맞추시는것 같았다.

남편을 오라고 해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모셨다.

상태가 갑자기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다시 검사가 시작되고 뇌경색이 더 심하게 왔다고 한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셨다.

중환자 입원실에 어머니를 모셔놓고

허리 통증으로 도저히 병실에서 밤을 새울 자신이 없어

이틀을 간병인에게 부탁을 했다.

 

병원에 가니 어머니는 여전히 주무시는 그대로셨다.

이리 저리 돌려드리고 닦아드리고 그게 다였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주무시면서 아프지않게 돌아가시게 해달라고...

 

다음날 저녁이었다.

가래가 걸리신듯 답답한 호흡소리에 간호사를 불러 가래를 제거해달라고 했다.

간호사가 해보더니 가래는 별로 없으신것 같다고 돌아갔다.

그리고 또 다시 거친 호흡을 내뱉으셨다.

다시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내얼굴을 바라보더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준비하셔야 될것 같네요 한다.

정말 허망했다.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버리셨다.

눈한번 못맞추고 아무말도 못 남기시고...

 

첨 입원해서부터 딱 한달만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쉽게 떠나버리실줄 알았다면

힘들어도 힘든 내색도 하지말고

있는말 없는말 살갑게 해드릴걸

간병인에게 맡겼던 이틀동안도 내가 할걸하는 

수없이 많은 후회들이 솟구쳐올랐다.

우리 네식구 너무나도 조용한 상을 다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니

계속 밀려오는 후회에 맘이 무거웠다.

남편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할만큼 했으니 됐다고 한다.

오히려 담담한 얼굴의 남편을 보면서 부모 자식의 연이란것도

하나 둘 쌓여야 하는것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후생이 있는거라면 어머니도 사랑받는 여자로 태어나시길 기도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해드린거 서운하셨던거 다 잊고 편히 쉬시길 기도했다.

아마도 내가 편해지기 위한 기도였을거다.

 

어머니 돌아가신날 난 내 병원 예약을 한달뒤로 다 미뤄뒀다.

이렇게 쉽게 가실줄 몰랐으니까...

빨간 신호 앞에 서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것 같다.

내가 서있는 시간...

어머니를 보내드릴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내손으로 보내드릴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