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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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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줍다... 가을을 줍다...


BY 박꽃 2007-09-24

여인네 가슴에 돌을 던지듯 가을 하늘에서 떨어진다.

바람이라도 불라지면 또한번 하늘에서 떨어진다.

 

내가 사는 이곳은 얼마 안있으면 신도시로 개발될 서울근교의 작은 동네이다.

보상이 시작되면서 벌써 한집 두집 빈집들이 생기더니 동네 반이상이 빈집이 되었다.

 

횡해진 동네 어귀에 들어설때면 하루빨리 떠나고픈 맘이 굴뚝같지만

세들어 사는 처지에 주인집에서 보증금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곳에 이사온지가 벌써 십여년이 지났건만

남편이 아는사람이라고 믿고 들어온게 이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할줄 그땐 생각도 못했고

이사를 하려고 맘먹었던것도 아주 오래전이었건만

그때마다 해결되지 않는 집주인과의 문제로 여기까지 오게됐다.

 

첨 이곳으로 이사올때는 가게에 딸린 방에서 살다가

마당에 작은 텃밭도 가꾸고 강아지도 키울수 있다는 좋은 점만 보이더니

살다보니 장이라도 보거나 시내로 나가려면

40분에 한대씩 들어오는 마을 버스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20분이 넘는길을 걸어나가야하고

여름이면 벌레들과의 전쟁 여튼 싫다하고 보니 끝도 없다.

이래서 사람의 맘이 간사하다고 하는거겠지.

 

그래도 가을이 되면 늘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던 이곳을 사랑할수 밖에 없었다.

방에 앉아있노라면 지붕에서 들리는 쿵 쿵 소리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집 바로 뒤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그소리가

어서 나오라고 나를 부르는듯한 착각에 안일어나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요즘은 낮에 출근하다보니 오전에 잠깐 한바퀴 도는게 일과가 됐다.

밤넣기 편하게 주머니가 달린 옷입고 가시 안찔리게 운동화 신고

쫄랑쫄랑 딸아다니는 강아지 앞장 세우면 준비끝.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

시간되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수 없는듯 다들 다녀가지만

마치 내몫으로 남겨둔냥  기다리는 밤들이 풀숲 여기저기,

3~40분정도면 주머니가 그득하게 채워진다.

 

이렇게 모인밤들은 친구도 나눠주고

또 넉넉히 주어질때면 깨끗이 씻어 찜기로 쪄서

회사 직원들과 휴식시간 함께 나눠먹으며 가을을 나눌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이런 작은 행복도 올해뿐이란걸 알기에 조금더 서운한 맘인건도 사실이다.

 

밤이 떨어질때면 가을이 왔다는걸 느끼며

밤을 주울때마다 가을을 줍는 맘으로 흐뭇했고

주운밤으로는 누군가와 나눌수있는 기쁨을 줌에 감사했다.

해마다 가을을 줍던 이 추억도 올해뿐일거라 생각하니

이곳을 떠나야하는 맘보다 더 아쉽고

이 작은 마을이 고급 빌라촌으로 변해버릴것이 씁쓸하다.

아직도 다람쥐, 청솔모는 보통으로 보고

가끔은 뛰어나오는 고라니에 깜짝 놀랄때도 있는 이 마을.

올가을을 끝으로 마을사람들 모두 이곳을 떠나겠지만

가을을 줍던 이 기억만은 영원히 잊지않고 가을이면 기억나겠지....

밤을 줍던 가을을 줍던 이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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