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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


BY 마가렛 2021-04-28

벌써 다음 주가 어버이날이다.
아직은 4월이라 한참 남았나 싶었는데 동생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났다.
동생은 모처럼 다함께 모였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난 코로나 시기에,
면역도 약하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고보니 코로나 이후로 모두 모인 적이 있었나 싶게
만나질 못해 아쉽다.
다행히 지난 주에 막내여동생이 와서 엄마와 세자매가 모여서 시간을 보냈으니
그것으로나마 위로를 받는다

선물은 받아도 좋지만 주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즐겁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무슨 선물을 준비할까?
아버님 옷장을 열어보니 한결같이 깔끔하다.
언제나 정갈하신 아버님의 성격을 닮아 옷장의 옷들도
반듯바듯하다. 솔직하게 내 옷장보다 더 정리가 잘되어 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여름자켓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엄마도 여름자켓을 사드리면 되겠다.

여성복코너의 직원은 내옷을 사는줄 알고 입어보라고
재촉하기에 엄마선물이라고 일러주니 이것저것 보여주며 관심을 보이지만
엄마의 스타일과는 잘 안 맞는 거 같아 심사숙고해서
최종으로 단아하면서 깔끔한 자켓으로 결정을 했다.
그직원은 부모님이 벌써 돌아가셨다며

좀 버거워도 선물준비할 때가 좋을 때라며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아버님 옷과 엄마 옷을 고르다 보니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떠오르고,
시어머니도 떠오른다.
두 분다 살아 계셨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멋쟁이 친정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옷도 제대로 당신 옷을 사 입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도 멋을 알고 옷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시어머니도 나와 쇼핑하는 걸 좋아하시고 내가 월급 날 어쩌다 선물로
옷사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시며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하셨다.

아버님께 자켓을 건네면서 입어 보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조심스레 입어보시곤
흡족해 하시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옷의 팔이 좀 긴거 같아 줄여드린다고 했더니 그냥 접어서 입으실거란다.
고집이 있으셔서 내맘대로 할 수도 없다.
남편은 아버님옷을 보더니 좋아보인다며 자기도 하나 사 달란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내가 인심쓴다며 사준다고 했더니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지출이 심한 달이지만 역시 선물은 좋다.
나도 이전에는 내옷을 사는게 제일 신나고 좋았는데 요즘엔 가족들의
옷을 사는게 더 기분이 좋고, 숙녀복 코너를 돌아도 예전처럼 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생긴다.
친구들은 남편 옷 사주는 걸 좋아하던데 난 이제서야 뒷북을 치네.

오후에 엄마께 달려가 옷을 드렸더니
오늘갈지 내일 갈지 모르는 인생인데 옷을 사서 뭐하냐며
눈을 흘기신다.
어른들은 하얀거짓말을 좋아하시는 공통점이 있다.
엄마옷도 다행히 사이즈도 잘맞고 감촉도 좋다며 옷걸이에 걸어 놓으시고
보고 또 보시며 마음에 들어하시니 덩달하 나도 잘샀다 싶은게 흡족하다
.

엄마가 미리 싸 놓은 보따리에는 말린 토란대와 일일이 손질한 국물멸치와 볶음멸치,
그리고 시레기까지 정성이 묻어나는, 엄마의 손길이 묻은 반찬거리다.
장바구니에 담아 주시곤 새로 담은 배추김치까지  맛 보라신다.
맛 없으면 안 가져간다는 진심을 담은 농담을 하니 일단 먹어보라며
손으로 배추를 찢어 주시는데 맛을 안 봤으면 후회할뻔 했다.
거기에다 기름값이라며 용돈까지 넣어주시는걸 마다해도 끝내는
엄마를 이길수 가 없다.

엄마!
딸이 달랑 옷 하나 사드리고 이렇게 많이 가져가니
엄마가 넘손해 보는거 아녀요?^^

껄껄 웃으시며 맛있게 먹으면 또 해주신다는 엄마 말씀에

예쁜 딸도둑
철딱서니 없는 딸은 마냥 좋아라 하며 양손으로 하트를 뿅뿅 날린다.


어버이날 선물

등록
  • 승량 2021-05-02
    벌써 어버이날이 코앞이네요
    수국정말 좋치요
    갑자기 돌아가신친정엄마가 보고,싶네요 ㅠ
  • 마가렛 2021-05-02
    @ 승량그렇겠지요 유독 행사 날이나 생신 때가 다가오면 저도 아버지가 생각나요. 늘 건강하시길 ..모든 일 잘되시길 응원하고 있어요.
  • 만석 2021-04-29
    마가렛님이 너무 너무 부러워요. 나는 친정에도 시댁에도 아무도 안 계시니. 살아계실 때도 잘 못해드려서 후회만 막심해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걱정시킬 일이 생겼으니 어버이 날도 부담이 되네요.
    그렇찮아도 애들이 걱정하겠다고 걱정하고 있었어요^^
  • 마가렛 2021-04-29
    @ 만석어버이날이 꼭 있어야 되냐는 사람도 많다더군요. 효도는 평소에 셀프로 해야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날이 있으면 좀더 신경쓰는게 사실이니까요. 저또한 아버지께 잘못 해드린 것이 후회가 되네요. 모든 자식은 부모님을 떠나보내고나면 대부분 그런생각이 남겠지요.저도 아들이나 멀리있는 딸이 괜시리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다른한편 기대도 하고있으니 사직은 속물엄마예요.ㅋ
  • 토마토 2021-04-29
    선물 고르는것을 이리도 즐겁게 하시는 안목이 있으시고 그 선물을 다른 사람이 받으면 좋아 하시니 더욱 즐거우실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전 다른 사람 선물 고르는게 정말 너무나도 너무나도 곤란하고 힘들어요.. 그래서 늘 봉투로 드리게 되네요...
    마가렛님은 상대방에게 늘 신경을 쓰며 상대방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살피시네요.. 글을 읽으며 제가 상대방에게 너무나 신경을 쓰지 않아 선물고르는것이 힘들었구나 하고 반성을 했어요.. 어버이날 선물을 벌써 드렸나봐요?
    전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5월이 다되었네요.. 첫주에 이것저것 행사가 있어서 훅~ 지날것 같은데 준비 해야겠어요...
  • 마가렛 2021-04-29
    @ 토마토댓글이 참 정성이 느껴져요. ^^ 제가 느긋하다가도 갑자기 꽂히면 바로 실천에 옮기네요. 옷을 샀으니 빨리 건네 드려야 될 거 같아서 드렸어요. 무얼 갖고 있는것도 부담스럽고...ㅋ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네요~~~
  • 그린플라워 2021-04-29
    친정엄마는 새옷 사는 걸 좋아하셔서 네딸 중 두 딸이 그걸 부추기면서 같이 쇼핑 다니는 게 낙이십니다. 그 연세에 그 많은 옷들이 정말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새장난감을 보면 사고싶은 것과 같은가 봅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면 해드려야겠지요?
  • 마가렛 2021-04-29
    @ 그린플라워할머니가 되어도 여자는 여자라는걸 엄마를 뵈면서 느끼게 되요. 어제는 엄마 옷장에서 안 입는 옷을 함께 정리했어요. 단추는 또 쓰일지 모른다며 따로 보관하시는 못말리는 엄마세요.ㅎ
  • 세번다 2021-04-28
    꽃바구니 주문해놓고 꽂값에 돈쓴다 뭐라하지만 꽃좋아하시니 좋아하시죠
    엄마 좋아하는 생물 암꽂게로
    꽃게값도 너무비싸요 큰거세마리가 칠만원이 넘으니 전복에 새우랑 하면 재료비도 꽤들어가죠
    시어머닌 현금읃노 드리고 얼마전 화장품셋트보내서선물은 필요없으실듯하고
    어버이날이곧인데 같이모임안되니 어쩔수없죠
  • 마가렛 2021-04-29
    @ 세번다저희가 친정엄마께 화장품세트를 선물로 받았네요. 두딸은 자주가니 벌써 사주셨고 멀리있는 동생이 지난주에 오니 언제 준비하셨는지 건네는 엄마를 뵈면서 진짜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생각했어요.
  • 마가렛 2021-04-28
    @ 세번다담주에는 꽃화분 사 간다고 엄마께 말씀드리니까 역시나 사오지 말라고 하시네요.ㅋ
    지금은 예쁜 수국이나 장미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