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친구야
아침 하얀 눈길을 내 발자국 뒤로 하며 출근을 했단다.
눈속 세상에 가끔 지나가는 차와 저멀리 앞서가는 한사람만이
하얀 고요속을 가득 채운듯했단다.
요즘 내맘은 나도 모르겠다.
한바탕 폭풍처럼 또 한번의 엄마의 병치레.
그래도 다행히 무사히 퇴원하셔서 한시름 놓으면서도
내 맘은 명치끝 어딘가에 커다란 뭔가가 걸려있는듯
평정을 찾지 못하는구나.
방학한 아이들과
뭘 믿고 구들장 친구하고 있는지 알수 없는 남편의 모습.
나 혼자 발 동동 구르며 하는 아침 출근길이
요즘은 왜 이리도 서글픈지....
설은 코앞이라는데
내 맘은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
예년 같으면 친지 선물에 이웃 선물까지 챙기며
없는 살림 쪼개며 선물하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어째 올해는 내 맘에 여유가 없는탓인지 모든게 다 뒷전이구나.
차곡차곡 쌓여 턱까지 쌓였던 감정들을 풀기도 여러번
이제는 풀었다 조였다하는 그 기능마저 상실한것인지
모든것이 다 무기력하기만 하다.
토요일이라고 출근을 하면서도
반나절 근무의 기쁨도 없고
그저 모든게 심드렁하다.
의욕상실이란게 참 무서운것 같다.
이런게 우울증의 전조 현상일수도 있다는데
이러다 나도 정신병동에서 꽃하나 꽂고 왔다갔다하는 신세가 되는건 아닐까....
억지로 짜내던 자신감이란 것도 이젠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듯하다.
무거운 맘 어느곳에 내려 놓을수도 없고
정답없는 나의 생활이 이젠 너무 버겁다.
친구야 친구야
산다는게 뭔지 난 이제 모르겠다.
머리속이 멍한것이 생각이란것 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기계처럼 시간되면 일어나
늘 똑같은 시간에 출근전쟁을 치루고
똑같은 시간에 점심 먹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해서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내 맘은 어느곳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걸까?
친구야 친구야
나 언제쯤 내자리에서 다시 활짝 웃게 될까나....
친구야 그때까지 기다려주련?
자신없는 내 삶이 다시 행복하다고 외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