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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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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여행


BY 박꽃 2003-09-29

라디오를 들으며 해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주전 초대를 받고 며칠뒤 초대장을 받은뒤
몇번씩 초대장을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드디어 토요일 
밤에 춥다고 하도 강조를 하길래
두꺼운 잠바하나랑 장갑, 잘때 입을 반바지, 티셔츠 하나에
휴대용 카메라 두개, 세면도구, 필기도구 챙겨 뚱뚱해진 베낭을 메고
혹시나 늦을까 일찌감치 움직였다.
다행히 난 도착장소가 한시간 거리다.

일찍 서두른덕에 여의나루역에 도착하니 11시 10분
지하철에 내리고 보니 베낭맨 아줌마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한 분께 가서 "혹시 가을 주부 나들이가세요?"
금새 "네"하고  대답을 하신다.
모이라는 장소 통일주차장까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그곳엔 이미 나보다 부지런한 아줌마 군단이 있었고
잠시후 차에 오르니 함께 떠날분들이 계셨다.
낯가림하는 나였지만 하나의 목적으로 모인탓인지
금새 편하게 얘기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세시간 넘는 버스 여행.
파란색 티셔츠로 하나가 되고 아이들마냥 이름표 목에걸고 
내가 이자리에 있다는것이 신기했다.
도시락도 먹고 노래도 부르며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떠난지 세시간이 한참 넘어서야 도착한 원주 오크벨리.
외국 카렌다에서 봄직한 멋진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내가 이런곳엘 다와보고....' 흐뭇해졌다.

일정에 잡힌 건강강좌를 듣고
한방 식구들을 확인하고 숙소로 향했다.
한차를 타고 왔지만 한방의 인연은 또 보통 인연인가?
처음 만져본 카드키덕에 문앞에서 몇분을 서성이다 드디어 성공.
짐 정리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간단한 부페로 저녁 식사후 
하늘에 별을 볼수있는 야외공연장.
첨으로 양희은 언니 얼굴 보는 날이다.
진짜로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 양희은.
그런 그녀가 내 눈앞에 서있다.
여유로운 미소와 다정한 얼굴, 말소리....
멋진 가수들의 공연이 시작되고 
난 그중에서도 그녀의 노래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의 순서.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과 아름다운것들을 불러준다.
근데 내 눈에선 왜 눈물이 나지?

어딜가도 박수나 치고 조용한 노래만 부르던 난 그날밤 변신을 했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을까?
아님 딴세상에 왔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사랑과 평화의 연주와 함께 의자가 치워지고 
아줌마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 광란의 댄스 시간....
난 더 이상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니었다.
뛰고 흔들고 엉덩이도 씰룩거리고....
몸은 무거워졌지만 20대의 내가 돌아온것 같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600명의 여인들의 열정의 시간이었다.

장기자랑과 함께 뒷풀이 시간도 지나가고
마무리 시간 소원 편지 태우기와 촛불의식
구구절절이 우리 맘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물이 흐른다. 하염없이 흐른다.
이야기들이 내 맘  여기저기 가닥가닥을 훑고 지나간다.
잠자기엔 너무 아까운 밤이었다.
같은방 막내가 미리 준비해온 편지지와 편지봉투로 생각지도 않은 편지를 썼다.
두 아들과 남편에게....

일요일 아침.
한방에서 동침한 사이가 된 우리는 서로 언니 동생을 불러가며 한 가족이 되어간다.
자기 옆자리에 서로의 자리를 챙겨준다.

빡빡한 일정이라 운동회 장소로 이동
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입은 옷 색깔대로 편을 나눈다.
봄은 병아리 노란색
여름은 바다 파란색
가을은 단풍 빨간색 
겨울은 눈 하얀색

아이적 마음으로 돌아가 박수치고 노래하고 어깨동무 응원을 한다.
'아 이렇게 가긴 너무 아쉬워 나두 뭔가 하나는 하고 가야할텐데...'
그때 줄다리기 선수 지원자 모집을 한다.
힘 아껴서 뭐할까 싶어 얼른 손을 든다.
당연히 뽑힌다. 누가 봐도 선수감이니까....
최선을 다하려고 젖먹던 힘까지 쏟았다.
근데 우리보다 더 튼실한 아줌마팀에게 밀려 아까운 2등을 했다.
그래도 만족한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상품으로 노트한권과 연필 한자루. 
추억의 선물을 받았다...

돌아오는 차안은 이미 이별을 알기에
떠나왔을때의 흥분보다는 이별의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겨우 일박 이일인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정이 들었을까?

오크벨리의 아름다운경치도 좋았지만
그 좋은곳에서 만난 정다운 이웃같은 아줌마들은 더 좋았다.
아무에게 말을 걸어도 정답게 얘기할수 있고
특히 한조(같은차) 식구들과는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흩어져 다니다가도 파란 티셔츠에 나랑 같은 주황색 이름표를 보면 
"아 우리 식구다"하며 서로 챙긴다. 우린 한가족으로 변해있었다.
떠날때 버스안에서 부르던 노래는 낯선이들 앞이라고 떨리는 목소리였는데
돌아올땐 친구들곁에서 부르듯 너무나 편하게 부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이미 내맘이 활짝 열려있는것이다.
세상에 나를 내보내지 못한건 내가 나를 가뒀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 없으면 우리 식구들은 아무것도 못할거란 생각.
낯선곳에 대한 두려움.
내 자신의 일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내지는 불편한 마음.
하지만 이제 내맘에서 나를 더이상 가두지 않기로 했다.
나 없는 하루동안 그들도 나 없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내자리를 확인하고
나 또한 그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도 그들을 생각했다.
그게 가족이란건가보다.

아쉬운 이별뒤 집에 돌아와 
우체통에 넣지못한 편지를 우리집 세남자에게 나눠줬다.
남편이 환하게 웃는다.
아이들도 웃는다.
그들을 보는 내가 웃는다.



*그냥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어 사이버세상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카페를 만들기로 한거지요. 인연이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