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아니 벌써 어제가 되어버렸다.
정신이 얼마나 없었는지 내 친구들 만나는 정팅날임을 잊고
아지트 앞에서 왔다갔다하며 답글을 달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의 쪽지가 왔다.
정팅 시작한지 두시간 지난시간.
"뭐해? 수다카페 모였는데"
아뿔사 맞다 수요일이다.
특별한일이 없음에도 정팅에 늦은건 첨있는 일이다.
잠시 나자신도 뭔가에 홀린듯 하다.
화요일 친구들과 정모가 있어 나가니
한친구가 나에게 "번호 불러봐"한다.
아니 웬 번호.
그 친구 내글에 '헤드폰'을 '핸드폰'으로 읽은것이다.
나에 든든한 애독자임을 알기에 둘이 얼굴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그 친구말대로 방송국에 글을 올려보았다.
바로 어제.
글 올리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전화가 왔다.
앞서 말한대로 그 프로에서...
일하며 즐겨듣던 프로인데 내 글에 성격상 '500자의 감동' 코너에 올렸다.
거기서도 그글이 거기에 맞다고 생각했나보다.
여러가지를 물었다.
내가 쓴 글이 맞냐고?
어디 다른데 투고한건 아니냐고?
대답은 내가 쓴건 맞는데 아줌마닷컴에 올려놓은글이라 했다.
그랬더니 이미 인터넷에 올려있으면 곤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상품에 눈이 멀어서인지
다른 라디오에 올린건 아닌데도 안되냐고 하니
글이 내가 쓴 글인지 확인이 안되면
인터넷에 있는글 퍼다 올렸다며 항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소리다.
그럴수도 있을것 같았다.
그러면서 일단 내가 올린글은 다 삭제를 해 놓으라고 한다.
난 고마운 답글과 함께 새 택스트 문서에 옮겨두었다.
그리고 글 내용을 들어줘야할 남편과 몇 몇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내 일생일대의 특별한 일이니까.
아지트 친구들에게도....
요즘은 다시 듣기가 안되어서 녹음 준비를 해두었다.
시간이 다 되어갔다.
초조해졌다.
혹 아까 전화온 사람이 글에 있는 전화번호 보고 장난친거 아닐까?
엉뚱한 상상까지 했다.
5시 뉴스가 끝나고 시그널이 흘러나오고 바로 내주소와 이름이 불려나왔다.
막상 생각처럼 떨리지 않았다.
최유라씨가 고운 음색으로 또박또박 읽어 주는데
갑자기 이건 내글이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그쪽에서 각색을 할꺼라고 했지만
내가 느끼고 전하고 싶은 얘기를 너무 많이 왜곡해서 전달했다.
난 내글이지만 그 글을 쓰면서도, 또 다 쓰고나서도 눈물이 났다.
내 살아온 그대로의 얘기니까 내 설움에 흘린 눈물이었을꺼다.
근데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그 글은 내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용은 내 글울 토대로 했지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살을 입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아 이런게 방송인가보다' 그런 싸한 느낌.
내 글이 끝나자마자 오디오를 끄고 테잎을 꺼냈다.
글을 먼저 본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글이 많이 바뀌긴 했어도 느낌은 좋았다고.
글을 안보고 날 알고 있는 친구는
"야 이상해. 너랑 신랑이 동갑으로 나오네"
내가 거짓말장이가 된것 같았다.
남편도 들었으면 전화를 할텐데 하고 기다렸다.
전화가 없길래 내가 전화를 했다.
거래처에 있느라고 끝부분 조금만 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친구들에겐 미안해서 원본을 아지트에 올리고
퇴근한 남편에게도 그냥 글로만 보여줬다.
나혼자 다시 테잎을 들으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됐다.
방송이란게 다 이런건가.
사실 그 자체론 안되는건가.
뭔가 자신들의 틀에 맞게 꾸며야만 하는걸까...
그래도 매스컴의 힘이 느껴졌다.
얘기 안했는데도 들었다며 아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러면서 그들도 묻는다.
우리 부부 동갑 아니지 않냐고....
느즈막히 참석한 정팅에서 친구들이
"선물 뭐 준데?" 하며 묻는다.
글쎄 아직 모른다.
그냥 내 이름 방송 탄날로 기억하기로 했다.
선물이야 좋은거주면 좋고 작은것도 감사히 받아야지.
이것도 얼마나 큰 행운이냐고 나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