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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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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BY 박꽃 2003-09-16

볕좋은 가을날

세탁기 가득 빨래를 넣어 돌리며

뽀얗게 되어나올 빨래를 볕아래 널을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

 

길게 매어놓은 빨래줄에

주렁 주렁 제 모양 찾아 널린 빨래들.

가을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면 금상첨화....

 

집앞 텃밭에 뿌려놓은 호박씨

여름내 푸른잎 따다 밥상을 즐겁게하더니

가을 바람 불어오니 탐스런 열매를 선물한다.

 

아침에 나가보면 까실까실 푸른잎에 이슬 맺혀있고

큰나무 타고 오르던 넝쿨은 자기 손 뻗는 곳은 어디로든 길을 만들어 나간다.

 

동전만하던 것이 아이 주먹만해지고

또 깜빡 때를 잊은 녀석들은 누렇게 겨울 간식거리 준비를 한다.

 

나누고픈 이들을 생각하며

열린 호박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이건 친구꺼, 이건 저 언니꺼, 이건 또 누굴줄까?


뽀송하게 마를 빨래가 내 밥상을 채워줄 호박이

나에게 작은 행복을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