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좋은 가을날 세탁기 가득 빨래를 넣어 돌리며 뽀얗게 되어나올 빨래를 볕아래 널을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 길게 매어놓은 빨래줄에 주렁 주렁 제 모양 찾아 널린 빨래들. 가을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면 금상첨화.... 집앞 텃밭에 뿌려놓은 호박씨 여름내 푸른잎 따다 밥상을 즐겁게하더니 가을 바람 불어오니 탐스런 열매를 선물한다. 아침에 나가보면 까실까실 푸른잎에 이슬 맺혀있고 큰나무 타고 오르던 넝쿨은 자기 손 뻗는 곳은 어디로든 길을 만들어 나간다. 동전만하던 것이 아이 주먹만해지고 또 깜빡 때를 잊은 녀석들은 누렇게 겨울 간식거리 준비를 한다. 나누고픈 이들을 생각하며 열린 호박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이건 친구꺼, 이건 저 언니꺼, 이건 또 누굴줄까? 뽀송하게 마를 빨래가 내 밥상을 채워줄 호박이 나에게 작은 행복을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