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당근에 빠졌다.
고물 주워오는 게 취미인데 당근사이트를 알려준 게 화근이다.
운동화 사는 걸 시작으로 틈만 나면 당근사이트를 본다.
어느날 작은애가 입으면 좋을듯한 양복을 발견하고 사왔는데 대박났다.
뭐하나 고칠것도 없이 남편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거의 새 것이나 다름 없는 고가의 양복을 잘 안입는다고 만원에 내놓은 것이었다.
그 사람이 내놓은 다른 물건들도 싸고 좋은 게 많았다.
일곱가지를 한꺼번에 사니 여름양복 상의와 고급넥타이를 덤으로 받아왔다.
추가로 그 집에서 양복 두벌을 더 샀다.
기존에 있던 양복 세벌을 버리면 좋으련만 다 끼고 살 셈이다.
남편은 이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당근사이트 검색부터 한다.
문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없어도 되는 물건들을 싸다는 이유로 사들이고 천원짜리 물건 두개를 사기위해 차로 왕복 한시간 이상 갔다오는 거다. 그런 수고를 들일 거면 근처 마트에서 구입하는 게 낫지 싶다.
어떨 때는 당근에 빠져 밥먹으라고 성화를 해야 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건 눈건강이다.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해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