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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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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BY 철걸 2004-06-23

아들녀석이 중학생이 된지도 어느덧 반년이 다 되간다.

초등학교 졸업식때 졸업 선물로 "카메라 폰"을 사주기로 약속

했었는데 어찌 하다보니 아들녀석과 했던 실낱 같은 희망의 약속을

저버린 무능력한 에미가 되고말았다.

개인 사정으로 현금을 주고만 구입 할수있는 이유도 있었지만

제법 다리에 털이 숭숭난 아들녀석과 한 첫약속이었는데도

아직까지도 그약속을 지키지 못하고있다.

원체 무던하고 말이없는 아들녀석인지라 그냥 요즘 우리집 형편이

예전 같지 않으니 제 알아서 눈치보며 넘기겠지 했더니 웬걸?..

오늘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머니! 저와 한 약속 아직까지 유효하죠?

그러면 다음에 폰 사주실때 가격이 저렴한걸로 사 주시는 대신에

MP3도 하나 같이 사주심 안돼요?하면서 꼭 갖고싶어요하는 눈빛으로

물어오는 것이었다.

항상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을 떨칠수가 없었던터라

"그래.. 아빠 사업도 조금 풀리시고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하고 얼버무렸지만 밥이 입안으로 넘어가질 않는것이었다.

"저번 중간고사때도 반에서 10등안에 들면 사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엄마도 너와 약속한걸 지킬려고했는데 다른일이 생겨서

그약속을 못지키게됐잖아..미안해..하지만 다음엔 꼭 사줄께.."

가슴속으론 울컥 설음이 한입 베이고...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6등을 해서 아들녀석은 약속을 지켰다.

중학교 들어가서 첫시험이라 아들녀석에게 약간의 긴장감도

상기 시켜줄겸해서 난 또 미련스럽게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었던것이다.

아니 지킬려고 했었다고 봐야 옳을것이다.사실 나도 아들녀석이

제 가지고 싶어하는것 한,두개쯤은 장만해 주고 싶은데 어찌된일인지

그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네누나도 저번에 학교 숙제 때문에 "디카"가 필요했지만 아직

그것도 마련 못하고 있고.. 조그만 기다려라..응?"

".............................."

침묵.. 서로 아무말 없음...

 

오늘도 난 자식앞에서 한없이 작고 움추러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자식들이 눈물겹도록 호소하는것이 아닌데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것만 같아서 너무도 속이 상하고 아렸다.

쉬임없이 목을 옭아메는 끝없는 이 가난의 굴레!

조금 여유가 생겼나보다 하면 금새 또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게 곪았던 

다른 둑이 여지없이 터져버리고...

내 머릿속엔 잔고없는 아이들 빈 통장에 급식비 마련할일로 가득한데..

오늘 또 이렇게 하루가 저문다. 나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효자 아들
    

     "어버이날"을 맞이 하여 학교 숙제인 부모님

               발씻겨 드리기..(일명:세족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