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예요... 어제 빗님이 오셔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날씨가 그리 맑지 못하네요. 꼭 제마음 처럼요..
우리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둥지를 튼지도 벌써 열여덟번의 짧지 않은 강산의 변화가 있었네요. 그동안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는동안 우리 가정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우리 사랑의 결실인 딸과 아들이 태어났고 두녀석의 이름아래 우린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이루었지요. 비록 남의집 셋방 살이였지만 아버님도 저희가 모실수 있었구요.
작년까지만 해도 우린 꽤나 큰식당을 운영했잖아요. 당신의 누님이 우리와 함께 투자했던 투자금을 회수해 가기전까진 그런데로 식당을 꾸려나갔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누님께서 자기가 투자한 돈을 빼달라고 하는 바람에 누님과 당신은 서로의 가슴에 치유하기 힘든 엄청난 상처를 남기는 싸움을 했고 끝내는 누님돈을 해결해 드리면서 혈육의정 까지 끊어야하는 비참한 모습이 되었지요.. 지금은 아버님,어머님 제사에도 오시지 않지만 아무래도 누님도 마음은 편치 않으실거예요. 그리고 당신도 말씀은 하시지 않지만 명절때나 제사때가 되면 초조해 하시며 혹 울릴지 모르는 전화기 옆에 앉아서 자꾸 현관문을 바라보며 누님을 기다리는 마음 제가 알고도 남지요.. 서로 자존심이 너무 강해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어서 그러시는건데 제 생각엔 아무리 우리가 잘못이 없다해도 당신이 손아래 동생이시니깐 먼저 찾아뵙고 사과하시는게 도리일것 같아요.. 서로 잘살아 보자고 의기투합 했다가 생각외로 장사가 잘되질 않아 난항에 부딪힌것인데 당신이 한발짝 물러나서 양보하면 좋을것 같아요. 옛말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잖아요.. 그이후 우리에겐 시련이 끊기질 않았죠.. 우리가 전세든 이건물이 경매에 들어가더니 끝내 지난달 낙찰이 되버렸잖아요. 우린 전세금 한푼도 받질못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구요.누님이 투자금을 회수해 가시는 바람에 우린 여윳돈이 없어서 카드 돌려막기를 했는데 월 이자만 200 만원을 갚아 들어가야하니 아무리 이를 악물고 하루도 쉬지않고 열심히 살며 그 힘든 시간을 이길려고 몸부림을쳐봤지만 원금은 맨날 제자리에서 맴돌고 나중엔 허탈해지기까지했지요.. 당신은 괴롭다는 핑계로 거의 매일 술을 드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질 못했지요.그때 당신을 바라보는 제마음이 어땠는지 아시기나 하셨나요? 당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이혼을 여러번 꿈꾸기도 했었고 우울증까지 겹쳐 너무 힘든 나날들이었지요.한가정의 중심인 당신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버리는 모습을보고사실 저도 잠깐 흔들렸었고 여러생각이 미묘하게 교차했었지요. 거의 매일 알콜에 의지하고 있는 당신의모습은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겹고 벅찼었지요.노력한 만큼 결과는 나타나질 않았고 그 이후 우리는 "신용불량자"라는 뜻하지 않는 감투를 쓰게되었지요. "신불자"가 된지 벌써 1년...오늘보다는 내일은 나으리라는 희망아래 당신은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조그만 샷시공장을 차리고 일을 시작 하셨고 저는 남의식당 주방에서 설걷이 하는 주방아줌마가 되었지요. 어떤날은 이게 운명이려니 하다가도 또 한편으론 내 팔자가 왜 이리 기구한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보는 전 어쩔수 없이 심성이 연약한 여자인가 봅니다.
그래도 여보! 당신과 나 아직은 젊기에 다시 충분히 시작할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밤에 주무실때 손톱 밑에낀 새까만 기름때를 볼때면 마음이 아파오고 시려오지만 지금이 시작이다! 하고 우리 힘내서 다시 한번 일어서봐요. 그리고 우리에겐 해바라기마냥 우리만 바라보고 보이지 않게 우리부부에게 삶의의미를 일깨워주는 이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금쪽 같은 우리 아이들이 있잖아요. ** 이는 이번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3등을 했구요 ##이는 중학교가서 처음 보는 중간고사였는데도 반에서 6등을 했더군요. 우리집 형편이 예전하곤 다르게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걸 알았는지 두녀석다 스스로 학원비 반납을 해가며 학원에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했는데도 생각외로 좋은 점수를 받은것 같아요. 물론 두녀석들이 열심히 노력한댓가이겠지요.. 자식이지만 늘 마음속으론 아이들이 원하는걸 제때 못해줘서 한켠으론 너무 미안하고 안스러웠는데 정말 기특하지 않아요? 여보! 제가 애교도 없고 늘 덤벙대서 자주 당신에게 혼도 나지만 그래도 당신의 그잔소리가 있어서 제가 오늘 이자리에 있지않나 생각해봅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당신에게 제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게됐는데 당신이 웃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백화점을 통해 "부부의날"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고 기회가 되면 현재 이어려운 시기를 잘넘기자고 당신에게 제마음을 조심스레 전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용감하게 제 마음을 전합니다. 여보! 경상도 사나이와 전라도 처녀가 만나 결혼하면 잘산다잖아요. 우리가 조금만더 노력해서 꼭 그말이 현실이 되도록해봐요. 참! 마지막으로 경상도 사나이의 그 묵직함에 반해서 제가 시집을 왔지만 쉽지 않으시겠지만 집에 오시면 그묵직함을 조금만 털어내 버렸으면 고맙겠어요. 그리고 아이들하고 눈높이도 좀 맞춰주시면 더욱더 좋을것 같구요. 살아온날 보다 살아갈날이 더 많기에 우리 함께 손내밀어 다시한번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아자!!아자!!홧팅!! 해봐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당신과나 우리 인생의주인공이되봐요. 애교없는 전라도 마누라가 용기를 내어 감히 당신께 전합니다. "여보! 처음 그때처럼 당신을 여전히 사랑합니다.그리고... 당신이 우리곁에 계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 배경음악 = ♬♬X-JapaEndless 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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