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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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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파는 아줌마 ~~~~~~~~~


BY 철걸 2003-09-15

사계절내내 시도 때도 없이 가게 현관문을 덜컥 열고

"이모야! 김 다먹었제.. 내또 왔다..."

하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시던 김 파는 아줌마가 계셨다.

 

이아줌마는 家家好好 (상가,가정) 방문해서 참기름 발라진 김과

포장된 미역을 팔러 다니셨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가게에 들리셨는데 나도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라 모처럼 한가하기도 해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알고마~ 그래도 되나.. 그라믄 커피 한잔만도.."

하시면서 자기 등치만한 노란 종이 박스를 어깨에서 내려 놓는 것이었다.

초봄의 늦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터라 따끈따끈한 커피도 한잔생각 났으리라..

커피잔을 마주하고 식탁앞에 우리는 마주 앉았다.

"아저씨도 함께 하세요?"

"........................."

"아이들은 몇이나 되는되요?"

" 기집아 둘 아이가.."

"아줌마 나이가 있으 시니깐 아이들은 어느 정도 다컸갰네요? "

" 그래.. 큰아는 대학생 이고 작은아는 고등학생 아이가.."

"아들은 없으시고, 그럼 아저씨는..."

"휴우~ 냄편 야기는 마 묻지 말그라.그냥 고만 고만 있다."

잠시 아줌마는 커피를 들이킴과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큰아는 별말없이 학교에 잘댕기는디 둘째가 애를 믹인다."

"아직 사춘기 인가보죠..그나이엔 잘해줘도 다그래요.."

하면서 아줌마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끝내 아줌마는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열여덟에 친정집 입하나 덜어볼 마음으로 재산이 좀 있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나이 차이도 많다한다) 딸만 둘을 낳았더니

시어머니 구박에 남편은 밖으로만 겉돌고 그나마 조금 있는

재산마저 탕진하고 요즘도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그냥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했다.

둘째딸 아이는 한창 멋부릴 나이라 메이커옷과 신발만 찾아서

이아줌마의 속을 뒤집어 놓는 모양 이었다.

여기까지 장사하러 나올려믄 집이 바닷가 쪽이라 새벽 버스 타고 

나와서 두번을 버스를 더 갈아타고 나와야 한다 했다.

양념된 김 한톳이 3,000원 인데 본인이 가져가는 수입은 한톳 팔아야

500원을 가져 갈수 있다했다.

그러니까 김공장에서 받아다가 여기저기 닥치는 데로 팔러다니는

것이 아줌마의 일이었다.

이집 저집  김팔러 다니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면서

또 눈물을 훔쳤다.

한번은 가정집에를 갔는데 대문 입구에 커다란 시커먼 개가 (아줌마말로)

있드란다. 그래서 묶여 있겠지 싶어서 조심스레 대문을 막 들어서는데

이 시커먼 개가 순식간에 달라드는 바람에 김박스는 내동댕이치고

혼비백산하여 큰길따라 마구 달렸다한다.

나중에 개가 따라 오지 않는것을  확인하고 김박스를 찾으러 갔더니 이커다란 개가

김하고 미역을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놨드란다.

그날 팔려고 들고 나왔던 김과 미역을 김공장 사장님께 본인 돈으로 계산을

해주고 그날밤 바닷가 자판에서 파는 오징어회 하고 소주를 엄청 마셨다한다.

너무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과 함께 소주를 들이켰다면서....

 한번은 또 시내 옷가게에 김을 팔 요량으로 가게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섰는데

주인인지,종업원 인지 여러명의 아가씨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자기들

끼리 키득 거리면서 아줌마쪽엔 눈길 한번 주지 않더란다.

지난 일이지만 그일이 또 속상했던지 다시 한숨을 내쉬셨다.

 

그리고 며칠후 김아줌마가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아 오셨다.

나는 조그만 옷 박스를 하나 아줌마 앞에 내놓았다.

" 이...뭐꼬?"

"아무것도 아니예요."

"뭣이 묵직헌디?"

" 아..저기 내가 입던 옷인데 아직은 새옷 이예요.

나는 눈만 뜨면 장사한다고 이러고 있으니 옷입을 시간도 없고

딸내미 가져다 입히세요.."했더니

반색을 하시며 좋아라 하셨다.

" 오리털 파카도 있네.. 쉐타도 있고..이쉐타는 나가 겨울에 입어야 쓰겄다."

박스안에 옷가지를 내서 이것 저것 구경하더니

"고맙데이..잘입힐꾸마.."  하면서 또 눈물을 보였다.

 

이틀후 딸내미가 너무 좋아라 하더라 면서 우리가게에

김다팔고 막바지에 들리셨다.

굳이 김2톳과 (양념된김 이라 한톳에 약20장 정도 들었던것 같다.)

 조그만 미역 한봉지를  싫다는 내손에 떠맡기듯 던져주고

총총히 사라졌다.

지금은 우리가게가 문을 닫아서 김 아줌마를 만나볼 기회가 없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커다란 김박스를 메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시고

계실것이다.

김아줌마가 늘 건강 하시길 바라고 사람좋은 미소 잃지 마시라 말씀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 아줌마를 본날  굵은 코바늘로 뜬 내 갈색 쉐타를 입고 계셨다. 

 

 

 

MEMO

막상 내일 이면 가게 집기랑 살림도구를 가져 간다 생각 하니

울컥하고 목구멍에 설음이 한입 걸린다.

이와중에 불현듯 김 팔러 다니셨던 그아줌마가 왜 생각이 나는걸까?

열심히 사셨던 그아줌마가 갑자기 보고파진다.

왜 일까?......

 

  

< 200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