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알게 모르게 스산하고 조용한 바람 소리건만 왜이리도 가슴이 시려 오는 걸까?
제나이 되어(시집갈나이) 집떠났던 어릴적 친정 동네 친구들도 기억 넘어서 새록 새록 생각이 나고 장날 5일장 입구에서 비단을 파셨던 돌아가신 울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할머니가 저녁 파장때 사오시던 빨간 복숭아랑 양대 드문드문 박혔던 노오란 술빵도 생각이난다.
이름모를 유럽영화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입었던 깃세운 멋스런 갈색 바바리 코트도 생각이나고 지리산과 내장산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였던 때깔고운 단풍잎도 생각이난다.
뱀사골 여기저기 널려있는 넓고 커다란 바위위에 동네 아낙들이 주먹만한 감을 깍아서 가을의 따스한 햇볕에 말리던 이름모를 아낙의 손길도 생각이 난다.
여름내내 땀흘렸을 농부의 황금 들녘도 생각이 나고 몸통이 빠알간 고추 잠자리도 ..... 그리고 떠난후에 알았던 첫사랑의 긴그림자도 생각이난다.
가을이 어느새 내맘속으로 들어왔다. 스산한 바람소리와 잿빛 하늘 ... 그리고 블랙 커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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