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우리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회사원인 그에게 3박4일은 금쪽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또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오랜만에 갖는 긴~ 휴식의 첫발이라 기대가 되었다.
겨울밤의 바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간간히 밀려와 부서져 버리는 흰 파도들...
그와 나의 발밑에서 연신 들락 거리지만 여전히 우린 그들과 속하지 않는 위치에서 관조만 할 뿐이다.
나의 신랑이 된 그는 전과 다르게 말이 없었다. 나역시 그다지 입을 열지 않은 거 같다. 그저 밤공기에 시선을 뿌릴 뿐...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 호텔 룸으로 들어왔다.
그가 먼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리는 물튀기는 소리들... 나는 창밖에 펼쳐진 나무들과 조명불빛에 눈길을 돌렸다. 피곤이 역력한... 하지만 설렘과 흥분이 살짝 배어 나오는 한 여자의 얼굴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의 눈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하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윤영이, 샤워해"
그 남자가 속옷차림으로 나를 불렀다. 그의 몸매는 그다지 잘나지 않앆다. 체크무늬의 사각팬티가 자꾸 나의 눈을 어지럽한다.
샤워기를 통해 쏟아지는 물줄기들이 나의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나의 구석구석을 훔쳐가며 저들은 작은 구멍속으로 사라져 간다. 나의 과거의 기억들을 허락도 없이 가져가 버릴 듯 하다. 그런 그들의 행위에 난 무언의 동조를 하고 싶어진다.
'다... 다 가져가 버려라.
다시 새롭게 저 사람과 새롭게 내 틀을 만들어 가야지.
자... 모두 다 가져가 버려.'
큰 타올에 몸을 숨긴채 문을 삐곰 열어 보았다.
남자앞에서의 알몸이 첨이 아니건만 그러나 지금은 처음인 것처럼 행동이 조심스럽다.
그런 나의 행위가 그를 자극했는지 그는 숨가쁘게 나를 낚아챘다.
그는 타올속으로 나의 허벅지를 찾아갔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타올을 열어젖혀 나를 침대에 쓰러뜨리곤 머리끝서 발끝까지 탐닉하기 시작했다.
"왜?"
"응.. 28년동안 날위해 감춰온 이 아름다운 육체에 감동하는 중이야. 고마워..."
그는 나의 몸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했다.
날 위해 감춰온 ... 그의 그 말에 순간 섬뜩했지만 오히려 태연한 척 그에게 서서히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서서히... 서서히...
뜨거운 것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뜨거운 것이... 빠른 속도로 ... 파워있게... 나의 몸을 거칠게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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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가운데 음악이 어렴풋이 들려온다.
신혼 첫날밤을 무사히(?)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 옆자리는 사늘하게 식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어디 간거야...
혹시... 무슨 눈치라도...
아니겠지...
시간반이 지나자 룸문이 열리며 그와 함께 식사가 들어왔다.
"우리 방에서 식사하자."
첫날밤을 지낸 그의 첫마디였다.
우리는 조용하게, 엄숙하게 식사를 했다. 나는 숨죽여가며 야채를 입속에 넣어야 했다.
뭔가 맘에 안들어 하는 눈치가 확연하다.
"무슨 일 있어요? 뭐 화난 거라도 있어요?"
"..."
"..."
"나... 궁금한 게 있어."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입을 응시했다.
"혹시 자전거 잘 타?"
"자전거? 갑자기 왜?"
"묻는 거에 먼저 대답해. 잘 타?"
"아니, 한번도..."
순간 무언가로 머릴 얻어 맞는 듯 했다. 자전거라..
그는 나의 처녀막에 관해 묻는 것이리라.
하얀 시트에 아무런 흔적도 발견치 못한 그가 내게 의심을 품은 것이리라...
"음... 자전거는 안타봤는데... 승마는 몇번 해봤죠. 친구..덕분에 말이죠. 말 타봤어요?
음... 그러지 말고 오후에 말타러 가요. ... 좀 아플거야. 몇번 타봤는데 튕기는거 때문에 아래가 무척 아플거야. 나 그래서 한참 고생했지..."
나는 타본적 없는 말얘기로 그의 의심을 털어내려 애썼다. 그의 불안과 의심이 사그라들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