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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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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2부)


BY 로렐라이 2004-10-13

 

  2부

 

  대학 2학년때 첫번째 남자를 만났다.

  그는 20년간의 어둠속에 갖혀 아무런 몸짓도 해 보지 못한 채 시계추 바늘 모냥 살아온 내게 시간의 자유로움과 알콜의 넉넉함, 성의 관대함을 깨우쳐 주려 애썼던 것 같다.

  그는 과 선배로써 과내의 뭇 여학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잘나가는 핸썸보이였다. 그는 항상 친절했고 온순했으며, 반면 불의를 보면 못견디는 듯 과와 학교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앞뒤 재지않고 나서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수업에 착실했고, 성적도 우수한 모범적인 학생이었음에 틀림없었다.

......

  2학년 여름, 우리는 마음맞는 몇몇 학우들끼리 사비를 털어 강릉행 열차에 몸을 맡겼다. 그는 복학한 터라 3학년이였고, 3년차 부류들은 내년이 되면 취업준비로 인해 불가능할 지 모를 강릉행을 선택했고, 2년차인 우린 선배의 말이 무슨 하늘에서 울리는 비파소리인냥 서슴없이 동행자로써 앞뒤 재지않고 나섰다.

  9명을 태운 열차는 밤의 정적을 부숴뜨리기라도 하듯 쉼없이 레일위를 달려갔고, 우리는 흥분된 마음을 고조시키기라도 하듯 기타에 맥주에 한껏 심신을 쏟아 부었다. 

  그 남자는 나와 통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좌석에 앉아 마냥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군대에 다녀온 얘기며 학교에서 시위하던 거...등등. 동기들에겐 자랑스런 친구로, 후배들에겐 아무리 존경해도 질리지 않을 듯한 그런 선배로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어느덧 우리 일행도 새벽이슬을 맞으며 강릉역에 도착했고 서둘러 둥지를 찾아 짐을 풀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맞는 외박이며 여행인 내게 이들과의 부대낌은 마냥 들뜰 수 밖에 없었다.

  아직 겨울이 오려면 멀었건만 왜 이다지 해길이는 짧은 걸까... 후딱 밝음이 지나가고 어둠이 내려앉아 버렸다. 서서히 왔던 길을 다시금 되밟아야 했다. 이 밤이 지나면 말이다. 우리는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술과 노래로 서로를 달래 주었다.

  그렇게 나는 첫 외박이자 여행을 선배들과 동기들의 울타리덕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심 걱정이 앞섰던 내게 다시 또 언젠가 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계기가 됬다. 물론 단 둘만의 여행이라 할 지라도...

  그렇게 여름은 지나고 바쁜 학교생활에 나날이 찌들어 갈 즈음, 그 선배,아니 그 남자가 내게 두번째의 여행을 제시했다.

  "윤영아, 우리 겨울 바다 보러가지 않을래?"

  하구 많은 사람중에 나를 지목한 그 핸썸보이 선배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차마 집에다는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어 그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학술탐방을 핑계로 나의 두번째 외박은 감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