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배추잎 위에
기우뚱 기우뚱 제자리 걸음 하는 달팽이
무거운 짐 지고 간다
뒤따라 오는 여든살 어머니
몇 발자국 앞에서 돌아보면
뒤로가는듯 멈추어선듯
한술 더 떠 주저 앉는다
어깨의 짐 좀 내려 놓지
푸른 잎맥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웅크린 몸
땅바닥이 계단인양 숨차하는데
평생 끌고 온 무거운 사랑봇짐
텅텅 비워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