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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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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새


BY 바람꼭지 2006-06-19

어미새

 

 

 

 

 

천리도 지척인듯

날아 드는 눈 먼 어미새

아무리 귀밝은 이도 듣지 못 할

가녀린 새끼새의 분홍빛 날개돋는 소리조차 들으니

실핏줄도 비칠 듯 작은 몸에 촉촉히 묻어 나는 비릿한 몸내음이야 눈감고도

찾아드는 늘 그자리 함께 하네.

지지배배 재잘대는

귓전에 익은 소리보다

오물오물 움직이는 그 모습이 사랑스런

새끼새  두고 어디로 가는 걸까?

날아가는 뒷모습이 허전하네.

홀연히 물고 온 시간을 건너 뛰는 얇디 얇은

꽃잎을 선물하네.

 눈먼 어미새 어디서 찾아 온 건지

어이하라는 분부인지도 모르면서 어린 새

감히 뜯어 먹네.

아득한 허공 안에 풀빛사과보다 향그러운,

티끌같은 입술에 맺힌 꽃잎

작은 부리로 깨무는 순간

어미 새 눈을 뜨고 아기 새는 통곡하네.

시간도 순서도 허물어진 그 자리에

네와 내가 없는 그 언덕에

날려 보내도 날려 보내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 한 마리 자라는 동안

침묵하는 눈동자에 눈부처처럼 비치는

둥지에 깃든

어미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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