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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BY 염정금 2021-03-31

벚꽃
  염정금

3월이면 어떻고
4월이면 어떠랴

남도 길 휘도는 가로수 벚나무 꽃망울들
겨우내 잠적한 설움 햇살에 기대어
펑펑 쏟고 싶은 것이다

빗장 열고 얼굴내만 연분홍 벚꽃망울
벚꽃* 눈망울처럼 툭 불거진 게
입 막고 발 묶인 세상처럼
갇힌 자의 부아가 가득하다

이 맘 모르는 세찬 봄비
11년 만의 부연 황사
방해꾼 잇따라도 멈출 수 없다

일시에 토하는 하얀 울음으로
오일장 뻥튀기처럼 가벼워진 몸
살풀이 춤이나 신명나게 추다 가려는지
남도 길 하얀 옥양목처럼 꽃띠 이어졌다

봄 바람 굿거리 장단에 하늘하늘 춤추다
꽃 비로 내려 길가 꽃무덤이 되는 짧은 생
갇힌 세상 활짝 열기 위한 한바탕 살풀이 춤
암울한 세상 신명나게 환히 밝혔으니 그거면 된 거지

*벚꽃 ㅡ흰색 바탕에 연한 주황색 또는 연한 붉은색 체색이 군데군데 들어가 화사하게 생긴 금붕어를 지칭한다.

올해는  봄꽃들이  시절을  잊은 듯  앞다투어  핀다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가 줄을 잇더니  4월의  꽃인  벚꽃이  벌써  개화를  시작해  낙화 중이다.
코로나로 꽃나들이는  엄두를  못내  세찬 봄비가 쏟아지는 날엔  차로 영암 벚꽃 백리길을  돌았고  11년 만의  황사가  세상을  덮은 날엔  보성 구례  하동 도로를 돌며  옥양목  띠를 두른 듯 흐린 세상을 밝힌  벚꽃을  보았다.
 마치 오일장 뻥튀기처럼  하얗게  피어난 벚꽃은  세월호 사건 때도  내 마음을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은 꽃이다.
올해의 꽃도  우중과  황사  속에서  바라본 벚꽃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환히  밝혀주는  옥양목 같은  꽃이다. 그래서  남도의  문화 살풀이 춤을  연상해  읊조려  본 것이다.
이 시처럼  코로나 물리는  액막이 춤으로  4월에는  고운 꽃나들이  가대해본다.


초록의 아이들

                                       

안개비 슬그머니 세상을 물고

연사흘을 옥죄이다 잠시 내려놓는 사이

그 새를 놓치지 않은 봄 햇살 

섬진강 변 가득 꽃 튀밥을 튄다

 

햇살의 열기만큼 뜨거워지는 몸

부풀고 부풀어 오르다 꽃숭어리로 영글면

오일장 뻥튀기 앞으로 몰려든 아이들처럼

꽃샘바람 달려들어 흔들어댄다

 

봄 햇살이 튀어놓고 간 꽃 튀밥을 

채 물리기도 전 다시 찾아든 

봄비 홀짝거려 싹 틔운 이파리마다 

풀지 못한 부끄러움 얼비친다

 

기다려라, 움직이지 마라 

허망한 울림으로 고립되어 가던 세월호 

마지막 목소리 담긴 핸드폰 들고

심해 고기처럼 입만 뻐금거렸을 아이들

 

암울한 심연의 피울음 같은 세월 떨쳐내고 

다시금 거위의 꿈으로 솟구치려는 듯

푸르디푸른 날개 푸득거리며

그늘까지 품어 안는 저 초록의 아이들

이어  ''밥은 묵었냐 ' 사잡에 수록된 앞 전  세월호  시도  함께  올려보며  이 시처럼  다시금  환원하여  살고  있을  꿈나무에게도  희망을  전하고 싶다.
꽃 진 자리마다  희망의 싹  파릇하게  솟구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