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신혼은 그런거다.
익숙지 않고 서툴러도 소꼽장난처럼 아기자기하게 해 먹여보고 싶은
무더운 여름 대표적인 보양식 닭죽
유난히 닭냄새를 싫어하는 남편때문에 그 희망이 깨질것도 같던 그 여름
약방에 감초가 있어야 한다면
주방에는 마늘이 있어야 한다.
마늘을 많이 넣으면 닭냄새게 가시려나?
이것 저것 만사형통의 대명사 처럼 음식에서 빠지면 안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마늘...
그래! 마늘이야!
기쁨 맘으로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한통..두통..아이도 아직 뱃속에 있었고
별다른 일이 없던 새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가지 차는 줄 모르고 마늘을 깠다.
한되 바가지로 한바가지
흐뭇한 마음으로 물에 깨끗이 씻어서
손질한 닭의 뱃속에 채우고 찹쌀 채우고.밤 대추 채워서
압력 솥에 안혔다.
솥뚜껑의 추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좀 짙은 닭죽냄새...
신혼의 새댁은 행복했다.
더위에 지친 새신랑에게 신혼의 첫 닭죽을 먹이게 되었으니
기다림이 끝나고 저녁 상 차림..
걸쭉하게 퍼진 닭죽
뜨거운 김 날리며 푸짐하게 한 그릇 퍼주고
새색시도 한 그릇 떠서 맛나게 먹는데...
그때만 해도 새신랑은 새색시가 해 주는 건 다 참고 먹을 수 있는 시절이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묵묵히 잘 먹고 있는데
정작 새색시는 "딸꾹"
한 숟갈 먹고 나면 "딸꾹"
'이상하다. 뜨거워서 그러나?'
한 숟갈 더 먹고 "딸꾹"
새색시는 뜨거운 것이나 매운 것 먹으면 딸꾹질을 하는 체질이었으니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그 이유인 즉은
마늘
마늘 한 되를 닭 한마리에 다 넣었으니
매워서 "딸꾹"
그래도 두고 두고 혼자서 다 먹었다
그 닭죽의 흔적은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해져서
아직까지도 닭죽은 아예 쳐다보지두 않는다.
그때 뱃속에서 매운 닭죽을 질리도록 먹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마늘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ps : 혹시
지금 뱃속에 아이를 품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좋은 것 많이 골고루 잡수셔요.
이상하게 요리된 음식은 절대 먹지 말 것! 명심 명심하셔요...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