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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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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3


BY 박경숙(박아지) 2003-09-14



숫자 3


숫자 1
혼자라서 편안한 
이기적이면서도 타인에게 아무 의미도 아니어서 
영향주지 않으니 걱정없는 편안한 숫자

숫자 2
짝짝쿵
상대 그 하나만 있으면 되므로 
서로에게만 충실하면 아무 문제 없는 숫자

숫자 3
균형 잡기 힘든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앞으로도 뒤로도 가면 안돼는  
대상이 있어도 가만 자리 지켜야 하기에
숫자 1보다도 더 외로운 숫자


숫자 3에 얽혀서
난 어려운 매듭을 풀어가야하는 과제를 갖게 되었다.
어쩜 이런 것들 때문에 늘 혼자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옛날에도 이랬나?
난 항상 벽을 쌓고 그 안에 숨어 살고 있었고
친구들은 내 성안을 궁금해했다.
내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성으로 들어오기 위해 열심히였고
힘들어했다는 걸
그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나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모든 걸 높고 높은 성 안에 감추고 숨어 있었으니까. 
내 성 안에 날 가두고 있었으니까.

오늘의 난
그 벽을 온전히 지키기 보다는 
내 스스로 벽돌 한장씩 내려 놓는 방법을 택했다.
벽 반대쪽의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만큼
아직 다 허물지 못한 내 성에서
나 나오기도 전에
또 망설이고 있다.
지금까지 익혀 오지 못한
함께 사는 법에 대한 고민
내게 한없이 부족한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는 
숫자 1이건, 숫자 2이건, 숫자 3이건
하나의 점일 뿐이다.
누구에게도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점

옛날에는
성 안의 나를 위해 모여든 친구들끼리
단짝이 되어 떠나곤 했다.
그땐 나도 몰랐다.
어느 친구가 
"원래는 너랑 친해지기 위해서 친해지기 시작했던거야"
하며 떠났다.

난
지금
그런 소외가 그립다.
인연의 끈으로 소모되고 싶을 뿐이다.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