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냄편>
어제말여유.
시장본다구 냄편하구 나갔지유.
위치상 청와대 앞길을 지나가는디
경복궁 근처에서 신호에 걸려 섰시유.
제가 말한 황금가루가 그쪽 길에 많거든유...
횡단보도 옆의 유난히 헐벗은 은행나무를 보는데
바람이 휘~익 불었는지
은행잎들이 바람에 파르르 흔들리면서 떨어지는거여유....
언제나 삭막한 아지지만서도 지도 모르게
"정말! 이쁘다!"
했지유.
냄편은 옆에서
"뭐가?"
"저 은행나무 잎이 눈발 같이 떨어지잖어!"
"어~ 당신 저 밑에 가서 서있어"
"왜?"
낸 또 속으로 상상을 혔지요.
사진이라도 찍어주겠다는 소린가?
내가 사진찍기 싫어하지만서도
냄편이 찍어준다면
한컷 모델로 서 줄 수는 있응께..
그런데 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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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올라가서 흔들어줄께"
으이구...요렇게 썰렁한 냄편하구 살아유..
요렇게 적극적인가?
내두 몰러유...
지금 비도 오고
그 은행잎들 내 한가할 시간까지 있어줘야할텐데..
이번 일요일에 다 떨어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유..
화요일까지는 나무 꼭 잡고 있어야 하나라도 머리에 맞어보는디....
20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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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굴?>
올 봄
시댁 마을에는 왜 그렇게 파리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햇볕따라 날아든 파리가 자동차 안에 가득해서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쫓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별나게 파리를 싫어하는 남편은 파리약을 뿌리자고 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파리약 마시고 떨어진 파리
잘 털어내지 않으면......
"파리 깔고 앉게 되잖어! 그냥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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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파리가 우릴 깔고 앉아서 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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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에 상처난 이유>
작년에 거금을 들여서 구입한 선글라스를 살펴보던 중에
선글라스 안쪽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다.
이상타 얼굴과 맞닿는 부분에 상처날 일이 뭐있다고 ......
'얼굴이 어떻길래 요기에 상처가 난단 말여? 으이구'생각하며
"여기 상처났네!"
그 말 속엔 나의 비난과 빈정거림이 덤으로 들어있었다.
나의 의중을 파악한 남편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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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철면피다!"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