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초등학교 시절이던가
선생님께서 자연보호에 대한 글짓기를 숙제로 내 주셨습니다.
거기다 원고지 몇장 이상....
초등학생에게 있어서의 자연보호는 그저 막연할 뿐이었습니다.
말도 없고, 생각도 없고, 책도 없고, 글쓰기 요령을 터득할만한 아무것도 없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늘이 도왔는지 방바닥을 굴러다니던 책 속에 자연에 대한 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원고지에 제목, 이름, 내용 순으로 정성들여 옮겼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사나 접속사
들은 비슷한 다른 것들로 바꿔가면서......
그 숙제를 내고 선생님께서 알아보시면 어쩌나..다시 해오라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선생님
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러고 먼 훗날
전 그 글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초등시절 자연보호 숙제로 베꼈던 그 글..
너무 부끄럽게도 자연보호 헌장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서라기 보다는 어리숙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사한 건 우리 담임 선생님이 알고 계시면서도 나무라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아마
그때 선생님께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면 지금 이자리에서 이런 고백을 하지 못할수도 있고,
글 자체를 즐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