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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목표를 갖게 되니까


BY 박경숙(박아지) 2003-08-07

   목표를 갖게 되니까


  수업을 마치면서 "시간이 빨리 갔네!" 라는 말에 또 한번의 용기를 얻는다. 서툴게 이끌어 가는 시간들을 잘 따라 주시는 어머니들이 고맙다. 바람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지는 겨울 한가운데서 봄을 찾아 나선다. 추운 날의 외출임에도 즐겁기만 하다. 아직 낮선 얼굴들이지만 금방 친숙한 얼굴로 웃게 되리라는 걸 믿으며......  


  결혼해서 7년 동안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바쁘기만 하던 날들이었다. 어느새 훌쩍 커 엄마 품에서 벗어나려는 애들을 보면서 중년의 사람처럼 외롭고 허무하기만 했다. 그 마음속의 갈등은 잘 자라고 있는 애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이의 작은 잘못에 화가 나고 그 화가 더 큰 화를 나게 하고 중독처럼 되어버려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툭하면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화가 풀린 후 아이에게 "엄마가 화가 나면 사람 많은 곳으로 도망가"라고 말해주어야 할 정도였다. 당시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했다는 기사들이 이해되고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외국어서 같으면  아동 학대로  처벌을 받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한 적이 있었다. 은행에 들렀다가 토큰을 사려고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큰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래위 청색 옷을 입혔는데 마침 하교시간에 쏟아져 나온 고등학생 속에 파묻혀 물 흐르듯 그 흐름 속에 휩쓸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엄마라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아이가 없다면  쉽게 자유로워 질 거야.영영 찾지 못하면 좋겠다.내가 먼저 안 살겠다고 하면 날 설득하실 엄마 아버지도 사위가 싫다면 어쩌겠는가.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여편네와는 못살겠다고 하는데 무슨 말씀이 더 필요하겠는가. 내가 먼저 못할 바에야 남편이 그렇게 나오면 좋지 뭐 이 시원한 해방감 '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그렇다면 내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될까....다행히도 전경들이 찾아 주었다. 아이는 엄마를 잃어버려 겁이 났는지 울고 있었다. 내가 돌아 버린 것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시간들이다.
  모든 생활이 짜증스럽고 가치가 없는데 그런 생활을 지속한다는 게 싫었다. 그러던 중에도 아직 작은 희망의 불씨는 있었나보다. 뭔가 나의 시간을 찾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될 즈음 신문에 게재된 모 회사 주부 모니터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되든 안되든 시도는 해보리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소극적이던 내가 도전을 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떨어졌다. 다행이었다. 내겐 부족한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되어도 골치거리 였을 것이다.  다음기회에 응시 해보라는 답신과 함께 상품권과 그 회사에서 제작한 책자를 보내왔다. 그 작은 책자가 왠지 반가웠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있는 일들이 독자들의 투고로 담겨 있었다. 내겐 큰 수확이었다.  나의 소극적인 삶에 작은 불씨를 떨어뜨려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작은 책이 불어온 바람으로 용기를 얻어 구청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가곡 교실에도 참여하고, 풍물교실에도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 웃음을 가져다주었다.적극적으로  일을 찾기 시작했다. 뭔가 더 찾기 위해 정보를 모아들였고 그 가운데 어머니학교가 있었다.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 어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단체였다. 일년동안 길러진 능동성으로  자원 교사에 지원했고, 아직 몇 번 되지는 않지만 수업을 진행했다.  경제적 부담을 혼자 짊어진 남편이 힘들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전 보다 더 잘하게 되었다. 집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 빠져있기보다는 자신 있게 나갈 수 있는 지금 순간이 중요한 것이라고 위안을 한다.
혹시 지난 이년 동안의 나와 같이 무력증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목표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게 목표를 만들면서 희망의 봄이 시작되었기에.........  

 

 

글/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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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년 전 쯤에 쓴 글입니다. 

혹시 저와 같은 어리석은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잠시나마 생각할 여유를 갖으시길 기대하면서 부끄러운 마음 감춰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