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마주하기
이향숙
울퉁 불퉁 굴곡 끝엔 직선이 예감되지만, 막힌 하수구마냥 답답하다.
멈춘 시계시침이 정곡을 찌르고 가느다란 초침이 진동의 골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모자이크 처리된 삶처럼 불투명 속에서 실눈을 떠 보니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선 한 가닥이 검게 줄을 긋는다.
수평선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어름산이.
발아래 취한 세상이 마구잡이로 줄을 당긴다.
지지대의 약함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한치의 미동도 없는 발아래의 것들을 원한다.
눈 딱 감고 비상을 하는 어름산이.
버선 발끝부터 손끝까지 짜릿한 자유를 느낀다.
모든 걸 버리니 그제서야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그 곳에서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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